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고민의 시간이 회사를 키운다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





많은 기업의 임원들은 하루를 어떻게 보낼까? 아마도 여러 가지 회의나 위원회에 참석하는 시간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 이유는 대다수의 고위 임원이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이 의사 결정이며, 이를 위해서는 회의나 위원회에 참석해 많은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필자 또한 오랜 기간 대기업에서 임원 생활을 하면서 가장 많이 떠오르는 모습이 스스로 회의에 참석하는 것이었다. 많은 임원들은 야근을 하지 않는다. 일이 없어서나 부지런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사실 야근을 할 에너지가 없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전사 임원 회의, 자신이 맡고 있는 부문·본부 내에서의 정기적인 업무 회의, 주요 사안별로 관련자들과 함께 하는 토론, 다른 부서와의 조율을 위한 회의 등등 아침부터 저녁까지 7~8개의 회의를 하다 보면 하루가 다 지나간다. 그리고는 퇴근길에 외부 손님과 저녁이라도 하다 보면 그야말로 하루가 쏜살같이 지나가 버린다. 그런 하루하루의 반복은 금세 한 달이 되고 1년이 돼 버린다.



그렇다면 과연 이렇게 시간을 열심히 보내고 노력하는 것이 진정 그 기업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하는 것인가? 정작 하루에 7~8개의 회의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내 스스로가 항상 느꼈던 것은 ‘허무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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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열심히 달렸다는 느낌은 있는데 뭘 했는지 정확하게 모르겠다는 허탈감이 찾아오고는 했다. ‘과연 오늘 나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시간을 보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자신감 있게 ‘그래, 난 최선을 다했어’라고 스스로 답하기 힘들었다.

왜 그럴까? 회의는 많이 하고 말은 많이 했지만 ‘고민의 시간’이 부족해서였다. 과연 그 많은 회의가 정말 필요한 것들이었을까, 직원들이 모여 회의하고 결정하면 되는 자리에 단지 ‘윗분’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초대받아 앉아 있는 경우는 없을까, 그만큼 직원들의 판단을 믿어주지 않아서 회의 때마다 초청됐던 것은 아닐까, 직접 보고 챙겨야 제대로 돌아간다는 믿음으로 회의마다 참석해 디테일을 챙기고 스스로 열심히 일한다고 위안하는 것은 아닐까.

빼곡한 회의 스케줄에 스스로가 한심하다고 느꼈던 어느 날 이후, 미팅이나 회의를 최소화하고 사무실에 앉아 많은 생각과 고민들을 했다. 과연 지금 우리는 바른 길을 가고 있는가, 지금의 전략에 혹시 놓치고 있는 것은 없을까, 당장은 아니지만 1~2년 뒤를 준비해야 하는 것들이 있을까, 실행 단계에서 다시 한 번 챙기고 넘어가야 하는 것은 없나, 매일매일 스스로를 체크하면서 고민하는 시간을 늘렸다.

농업적 근면성·성실함으로 승부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100명의 사람이 분업화된 고정적인 일을 빨리, 효율적으로 해내기 위해서는 근면하고 성실해야 한다. 하지만 한 명이라도 다른 생각이나 다른 일을 만들어내야 한다면 ‘고민의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생각과 고민이 무엇인가를 바꾸는 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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