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미중 '신냉전 소용돌이'…한국의 선택은?

■차가운 평화의 시대 - 최계영 지음, 인문공간 펴냄

기술패권 키워드로 미중갈등 분석

美 봉쇄에 中 내수중심 방어 양상

혁신 주도 美 기술동맹 편승 제안

■국익의 길 - 박승찬 지음, 체인지업북스 펴냄

경제안보부터 대만 침공설까지

미중 패권경쟁 다각도로 파헤쳐

살얼음판 속 韓 균형자 역할 강조

지난달 29일 홍콩의 한 쇼핑몰에서 한 시민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전화 회담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홍콩=로이터연합뉴스지난달 29일 홍콩의 한 쇼핑몰에서 한 시민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전화 회담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홍콩=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중국 간 글로벌 패권을 둘러싼 경쟁과 그에 따른 긴장은 2018년 무역전쟁의 본격화 이래 완화와 강화를 거듭하고 있다. 최근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의 대만 방문이 두 나라의 불편함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미중 간 이른바 ‘신냉전’은 경제 분야에서 그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할 목적으로 한국·일본·대만과 이른바 ‘칩4’라는 반도체 4국 동맹의 구성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당일,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업체인 중국의 CATL은 수십억 달러 규모 북미 투자 계획의 발표를 연기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같은 양국 간 경쟁의 양상을 분석하고 한국이 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하는 책이 나란히 나왔다. 국책 연구기관인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서 디지털 경제정책을 연구하는 최계영 선임연구위원의 ‘차가운 평화의 시대’와 중국 전문가인 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의 ‘국익의 길’이다.






‘차가운 평화의 시대’는 미중 양국 간 경제적 대립을 ‘기술패권 경쟁’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분석한 책이다. 책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분야는 반도체, 네트워크, 클라우드, AI 및 플랫폼 서비스를 망라하는 기술들이다. 이들 기술이 민간·군수산업 모두에 적용 가능하고 경제 전체의 생산성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반도체·인공지능(AI) 같은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 기술에서 우위를 점하면 경제적 번영은 물론 군사·안보상 우위도 누릴 수 있다고 말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5월 방한했을 때 윤석열 대통령과 삼성전자의 평택 반도체 공장에서 만난 것은 기술패권 시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책은 기술패권 경쟁의 개념 설명에서 시작해 중국 경제가 어떻게 미국의 패권국 지위를 위협할 만큼 성장했는지, 양국이 기술을 지렛대 삼아 패권 경쟁을 하는 배경은 무엇인지 전한다. 반도체, 인공지능 등 세부 분야별 미중 양국 간 경쟁의 양상에 대한 자세한 분석이 돋보인다. 기술패권 경쟁에서 양국은 상반된 전략을 구사한다. 미국은 기술을 지렛대로 한국·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은 물론 유럽연합(EU)과도 기술동맹을 맺으며 중국을 에워싸는 블록을 형성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진행하는 봉쇄 전략이다. 반대로 중국은 내수시장을 강화하는 내향적 전략을 통해 봉쇄에 대항하는 방어적 지구전을 쓰고 있다.



중요한 건 우리의 선택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박쥐가 박쥐 취급을 받는 것이 세상의 이치”라고 말한다. 책은 미국이 첨단 분야의 관문을 사실상 장악하고 글로벌 혁신도 주도하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반도체 등 일부 분야에서 관문으로서 위상을 갖고 있는 위치를 잘 활용해 미국·서구 중심의 기술동맹 추세에 편승해야 한다고 말한다. 2만2000원.

관련기사





‘국익의 길’은 앞의 책보다는 좀 더 넓은 범위에서 미중 양국의 경제적 패권 경쟁을 조망한다. 2022년 현재 국제 정세의 변화상,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이 갖는 의미와 우리나라에 미칠 영향 등을 폭넓게 전한다. 저자는 2018년 미중 무역전쟁 이후 국익을 위한 올바른 선택이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해온 생각들을 책으로 정리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책은 경제·안보 전쟁을 비롯해 미래 변화, 기술 표준 및 우주 산업, 중국의 대만 침공설 등 최근 이슈가 된 내용들에 현장감을 담아서 전한다. 또한 희토류를 비롯한 전략자원, 미국과 중국의 군비 경쟁으로 인해 발생될 수 있는 전쟁 가능성, 유럽과 중국의 관계,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중국의 일대 일로 전략, 글로벌 통상 패권을 지키기 위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등도 다양한 시각에서 분석한다.

두 나라의 패권 경쟁에서 미국이 조급한 반면 중국은 느긋하게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주장하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중국은 공동부유론 등을 내세우며 내부 결속을 강화하고, 중국은 경제성장률이 미국을 추월할 때까지 경제 규모를 확대하고 기술 확보에 주력하면서 때를 기다린다는 것이다. 과거 마오쩌둥의 ‘대장정’을 연상케 하는 행보다. 반면 미국은 경쟁에서 이긴다 해도 감내해야 할 희생과 경제적 피해가 크다는 점과 바이든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이 맞물리며 조급하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런 살벌한 경쟁 속에서 한국이 전략적 균형자가 돼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책은 미중 신냉전을 제로섬 게임으로 보는 프레임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며 “패권적 균형자는 결국 우리가 강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의 자주 역량을 미중 간 충돌의 지렛대로 최적화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2021년 기준 경제규모 세계 10위, 무역 규모 세계 8위의 위상에 걸맞게 “미중 양국이 한국을 자기 편에 두고 싶어 서로 잡으려고 해도 잡히지 않는 '미꾸라지 전략'이 필요하다”고도 말한다. 그러면서 단기적 국익과 장기적 국익, 직접적 국익과 간접적 국익, 구체적 국익과 추상적 국익, 측정 가능한 국익과 측정 불가능한 국익 등 크게 네 가지 측면에서 다양하고 구체적으로 우리의 국익을 따져봐야 한다고도 말한다. 2만2000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화상 회담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화상 회담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박준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