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웬만한 신약보다 낫다' 가성비 좋은 R&D 투자의 매력 [약 읽어주는 안경진 기자]

저용량 스타틴·에제티미브 복합제, 고용량 스타틴 대비 효능·안전성 개선

복약편의성 등 앞세워 '로수젯' 등 스타틴·에제티미브 복합제 시장 고성장세

한미약품의 '로수젯'. 사진 제공=한미약품한미약품의 '로수젯'. 사진 제공=한미약품




30대 중반을 넘어서면 외식이 잦은 직장인들은 콜레스테롤 수치에 민감해집니다. 혈액검사에서 총 콜레스테롤(TC)이나 중성지방(TG), 저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LDL-C) 수치가 높거나 고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HDL-C) 수치가 낮을 때 고지혈증을 의심하게 되죠. 특히 '나쁜 콜레스테롤'이란 별명이 붙은 LDL-C 수치가 130㎎/dL보다 높거나 '좋은 콜레스테롤'이라 불리는 HDL-C이 40㎎/dL보다 낮을수록 동맥경화가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고 알려졌습니다. 고지혈증으로 진단된 환자에게 처방되는 대표 약물은 ‘스타틴’입니다. 간 내 LDL-C 합성을 방해해 혈액 안에 쌓이지 못하도록 막는 기전으로 작용합니다.



그런데 스타틴을 복용해도 LDL-C 수치가 잘 떨어지지 않는 환자들이 종종 있습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스타틴 복용량을 늘리기도 어려운데요, 고용량 스타틴이 근육통, 당뇨병, 간 손상 등의 부작용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 때문이죠. 이런 환자들에겐 스타틴 저용량을 유지하면서 다른 종류의 고지혈증 약 ‘에제티미브’ 처방이 권고됩니다. 그렇다 보니 2가지 성분을 한 알에 담은 스타틴·에제티미브 복합제 처방이 활발합니다. 국내에서는 올 상반기에만 스타틴·에제티미브 복합제 처방 규모가 3500억 원을 넘었을 정도죠. 고지혈증 환자들이 대부분 고령이고 먹어야 할 약 종류가 많다 보니 가짓수를 줄여주는 편이 복약 순응도를 높이는 데 도움을 주거든요. 가격도 부담되는 수준도 아니라 날로 인기를 더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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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심바스타틴·로수바스타틴·아토르바스타틴·피타바스타틴 등 4종이 판매되고 있죠. 로수바스타틴·에제티미브 복합제 처방액이 2329억 원으로 가장 압도적입니다. 로수바스타틴·에제티미브 복합제 시장을 개척한 주역은 한미약품(128940)입니다. 2015년 '로수젯'을 발매하고 불과 5년 만에 한해 1000억 원 이상 처방되는 대형 품목으로 키웠죠. 로수젯은 올 상반기까지 666억 원 어치 처방되며 3년 연속 처방액 1000억 원 돌파가 유력해 보입니다. "웬만한 신약보다 낫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입니다.

로수젯처럼 여러 유효성분을 조합해 다양한 적응증을 갖도록 만든 복합제는 ‘개량신약’으로 분류됩니다. 신약은 아니지만 기존 제품보다 복용 편의성을 높였으니 단순 복제약과는 차이가 있다고 보고 식품의약품안전처도 허가 절차 간소화하는 등의 혜택을 주고 있죠. 혁신신약에 비해 제출해야 할 자료 범위가 좁은 것은 물론 임상시험 자료도 일부 면제되고,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기간에도 출시가 가능합니다. 로수젯은 최근 세브란스병원과 차의과대 심장내과 교수팀이 진행한 대규모 임상을 통해 고용량 스타틴 대비 효능 및 안전성이 뛰어나다는 근거를 마련했습니다. 관련 논문이 저명한 국제학술지 '란셋'에 게재되며 화제를 모았죠. 국산 개량신약의 경쟁력을 뒷받침할 근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어때요, 가성비를 따져보면 개량신약에 투자할 이유가 충분하지 않나요?



◇‘약 읽어주는 안경진 기자’ 코너는 삶이 더 건강하고 즐거워지는 의약품 정보를 들려립니다. 새로운 성분의 신약부터 신약과 동등한 효능·효과 및 안전성을 입증한 제네릭의약품(복제약)에 이르기까지 매년 수없이 많은 의약품이 등장합니다. 과자 하나를 살 때도 성분을 따지게 되는 요즘, 내가 먹는 약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알려드립니다.


안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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