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국회의원님들, 세비 안 받는 게 정상 아닌가요"

이종배 디지털뉴스룸 부국장

여야 약속한 듯 비대위 체제로 전환

국회 50일간 멈춰도 세비 꼬박 챙겨

'무노동 무임금' 원칙 국회만 비켜 가

정치인들의 내로남불에 분노·허탈





생전 처음 보는 일이 지금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다. 국민을 대표한다는 각 정당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다발적으로 비대위 체제로 전환된 것이다.



4선 의원인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조차 이를 놓고 오죽했으면 “희한한 정치 상황을 경험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당정치가 얼마나 취약하면 모든 정당이 비대위 체제로 가겠나”라는 말도 덧붙였다. 정치인이 봐서도 희한한데 일반 국민은 얼마나 기가 막힐까.

더 황당한 것은 이 지경까지 만들어 놓고 이들이 내세우는 목표다.

각 정당마다 비대위 체제로 전환된 이유는 다 다르다. 그런데 하나같이 “국민의 뜻을 더 받들고, 수렴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한마디로 국민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실상은 아니다. 권력을 뺏기지 않기 위해, 내가 살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얼마나 좋을까. 변명은 판치고, 반성은 도무지 찾아볼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을 분노하게 한 일이 또 있었다.

여야 국회의원들이 50일 넘게 국회 일을 하지 않았는데도 월급(세비)을 받은 것이다. 1인당 1285만 원(세전 기준)이라는 큰 금액이다. 매달 20일은 의원님들의 월급날이다. 숨만 쉬어도 국민들의 혈세에서 월급이 지급되고 있는 것이다.

소상공인이나 월급쟁이들의 현실은 말하지 않아도 된다. 몸이 아파도 돈을 벌기 위해 출근을 하고, 가게 문을 연다. 월급이 있어야 학원비도 내고 외식도 하고 공과금도 내기 때문이다. 나와 내 가족이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의원님들이 그저 부러울 뿐이다,

서글픈 것은 상황이 이런데도 국민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이다. 그저 화가 나도 체념할 뿐이다. 정치에 혐오를 느끼지만 때가 되면 정치와 정치인이 바뀌지 않아도 또 선거를 통해 누군가를 뽑아야 한다. 무력감마저 느껴진다.

아예 바뀌기를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는 푸념도 들린다. 현재는 미래를 대변한다. 현재 정치와 정치인의 모습과 행태를 보면 미래도 예견되기 때문이다.

이런 ‘정치’라면 월급이라도 덜 받는 게 정상이 아닐까 싶다. 일도 못하고 능력도 없는데 고액의 연봉을 받는 것은 타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회에서도 너무 민망했던지 ‘무노등 무임급’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일하지 않으면 세비를 대폭 깎자는 법안이 이번 국회에도 여러 건 발의돼 있다.

관련기사



이 법안 역시 사라질 것이 뻔하다. 반성이 없는 국회가 본인 월급을 깎자고 나설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과거 새누리당 시절에 무노동 무임금이 논의된 적이 있었다.

당시 기록을 보면 무노동 무임금은 국회 개원이 지연되거나 국회 장기 파행시, 구속·출석정지 등으로 의정 활동이 불가능한 경우 그 기간만큼의 세비를 반납하는 것이 골자다. 그 중 세비를 당 지도부에 맡겨 당 지도부가 보훈단체나 사회복지재단 등에 기부하겠다는 구상이 있었다. 하지만 없던 일이 됐다.

국민들이 요즘 국회, 그리고 정치인을 보는 시각은 허탈과 분노,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심정이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권력 다툼을 할 거면 월급이라도 받지 말아라”고 외치고 싶다. 세비라도 적게 받으면 그나마 덜 억울하기 때문이다.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그 유명한 “정치는 4류, 기업은 2류”라는 발언을 했던 때가 1995년이다. 그로부터 무려 27년이 흘렀다. 하지만 지금도 정치는 변한 것이 없는 셈이다. 강산이 두 번 바뀌고 변했는데도 말이다.

민심은 바뀌고 권력은 유한하다. 국민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국민 대표자로 권력을 쥔 그들은 모르는 것 같다. 27년 전이나 지금이나 ‘내로남불’ 그 자체다. ljb@sedaily.com




이종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