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K트레이딩업]對中 수출, 질적 전환 필요하다

홍창표 KOTRA 중국지역본부장

한-중 수교 30주년의 의미와 전망

코로나로 끊긴 인적교류 회복 나서고

콘텐츠 등 고부가 서비스 협력도 확대

RCEP 기반 글로벌 공급망 공조 등

한중 수교 30년 맞아 새지평 열어가야





1992년 8월 24일. 한국과 중국을 가로막던 ‘죽의 장막’이 걷히고 양국이 정식 외교 관계를 수립한 날이다. 수교 30주년이 되는 올해 8월을 맞아 지난 30년의 시계추를 되돌려보면 한국과 중국 간 경제 교류는 양적인 측면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왔다. 한중 양국 간 교역량은 1992년 수교 당시 63억 달러에서 지난해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3015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3000억 달러 시대를 열었다. 한국에 있어 중국은 최대 수출입 대상국이자 기업 수 기준으로 최대 투자 대상국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는 KOTRA도 그간 양국 간 경제 교류 확대에 적잖은 기여를 해왔다. 수교 이전인 1984년 이른바 ‘한중 피아노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본격적으로 우리 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 지원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헤이룽장성 개발무역총공사의 피아노 합작 공장 프로젝트에 국내 모 악기 전문 회사를 연결하고 지원했다. 1988년 합작 계약을 체결하고 공장을 설립한 이 회사는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악기 제조 기업이 됐다. 그 후 KOTRA는 1991년 1월 베이징에 첫 번째 무역관을 개설하면서 양국 간 경제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었고 국교 수립의 밑거름이 된 바 있다.

‘이립(而立)’을 맞은 한중 경제 교류 관계가 한층 더 발전하려면 시대적 흐름에 맞춰 지금과는 다른 변화가 필요하다. 그동안의 양적인 성장 단계에서 앞으로는 질적인 측면에서 한 단계 더 올라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 강화가 필요하다.




먼저 인적 교류 활성화가 시급하다. 2년 반에 걸친 코로나19로 장기간 교류의 단절이 발생하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전 양국은 연간 1000만 명 이상의 인적 왕래에 매주 양국을 오가는 항공편이 1000편을 넘었었다. 조금씩 하늘길이 열리고는 있으나 과거와 비교하면 태부족하고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 또한 여전히 엄격하다. 이러한 끊어진 인적 왕래의 영향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온라인 비대면 비즈니스 역시 점차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6월 30일 KOTRA 주관으로 베이징에서 개최된 한중 경제 협력 플라자 행사에 250여 명의 한중 기업인들이 운집한 것은 그만큼 오프라인을 통한 비즈니스 교류에 목말라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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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고부가 서비스 분야의 교류 협력 확대가 필요하다. 문화 콘텐츠 산업에서의 협력도 중요하다. 중국의 자본력과 배급망, 한국의 뛰어난 콘텐츠 기획력과 제작 능력이 합쳐지면 글로벌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 투자 후속 협상을 통해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정책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셋째, 급속하게 재편되는 글로벌 공급망 체제하에서 긴밀한 공조가 필요하다.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 기존의 끈끈한 공급망 체제가 와해되고 지역화·블록화 경향이 강해져 가고 있다. 올해 발효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기반으로 한중 간 협력을 통해 역내국들 간 촘촘한 공급망 대응의 끈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넷째, 수출입 품목 구조의 고도화도 중요하다. 기존의 원부자재 중심의 대중 수출 구도에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품목과 완제품 수출 비중을 높여야 한다. 아울러 중국의 사회경제적 패러다임 시프트에 맞춰 디지털 전환 관련 4차 산업 품목, 기후변화 대응 관련 친환경 제품, 고령화 위기 극복 관련 실버 산업을 중시하고 소득 수준 제고에 대응한 중서부 내륙지역 진출 확대도 모색돼야 한다.

한중 수교 30주년이 갖는 의미는 양국이 교류와 협력의 계단을 함께 오르는 것에 견줄 수 있다. 필자가 좋아하는 중국어 중에 ‘욕궁천리목 갱상일층루(欲窮千里目 更上一層樓·멀리 천 리를 바라보기 위해 한 계단 더 오르네)’라는 말이 있다. 앞으로의 한중 관계 역시 새로운 지평을 여는 것처럼 한층 고도화되고 성숙한 모습으로 발전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수교 전 베이징무역관을 개설하면서 한중 경제 협력의 물꼬를 튼 것처럼 앞으로도 KOTRA는 한중 간 경제 교류 확대와 중소·중견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 지원에 있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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