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상장에 도전하는 국내 카셰어링 1위 업체 쏘카가 기업공개(IPO) 시장의 침체에 막혀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크게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금융투자업계는 쏘카가 공모 희망가 하단보다 낮은 기업가치로 ‘턱걸이 상장’에 나설 가능성을 높게 보면서도 상장을 전격 철회하고 후일을 기약할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쏘카는 지난 4일부터 이틀간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약 400곳의 기관이 응찰해 100 대 1에 못 미치는 경쟁률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관 수요예측은 공모가를 확정하기 위해 시행되는데 앞서 쏘카는 희망 공모가로 3만 4000~4만 5000원을 제시했다.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을 1조 2060억~1조 5943억 원으로 제시하고 시장의 판단을 기다린 깃이다.
그러나 수요예측에서 일부 대형 자산운용사만 쏘카의 공모가 하단인 3만 4000원을 인정했을 뿐 대다수 기관이 2만5000원~3만 원의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쏘카는 공모가를 희망 범위보다 낮추며 물러서야 10~11일 예정된 일반 청약을 기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상장 직후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의무 보유 확약을 걸은 기관 투자가도 많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모 시장의 침체 속에 올 상반기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성장주에 불리한 거시경제 여건이 쏘카의 IPO 흥행에 타격을 입힌 것으로 분석된다. 금리 상승은 쏘카의 고평가 논란에도 기름을 부었다. 쏘카는 국내 렌터카 1위 회사인 롯데렌탈(089860)(1조 3976억 원)과 유사한 수준에서 기업가치를 산출했는데 롯데렌탈의 매출은 쏘카 보다 10배 가량 많아 과도하다는 지적이 힘을 받았다.
쏘카 경영진이 기대 이하의 공모가를 수용할지가 IPO 추진 여부를 결정할 분수령으로 꼽힌다. 회사 측은 희망 범위(3만 4000~4만 5000원) 내에서 공모가를 확정하길 원했지만 수요예측 결과로 볼때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 ‘1조원’만 지켜도 업계는 선방이라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앞서 박재욱 쏘카 대표는 3일 기자간담회에서 “상장 철회는 없다”고 못 박았지만 일각에선 쏘카가 예상보다 부진한 수요예측 결과에 상장을 철회할 수도 있다는 관측을 제기한다. 쏘카는 상장을 통해 최소 1500억 원을 조달해 이 중 60%를 신규 사업 및 기업 인수·합병(M&A)에 투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공모가가 시총 1조원인 2만9000원~3만 원 사이로 떨어지면 조달 자금도 1200억 원대로 감소한다. 쏘카는 9일 수요예측 최종 경쟁률과 공모가를 공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