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동십자각] 검사 윤석열과 대통령 윤석열

박성규 디지털전략·콘텐츠부 차장





2013년 여름께.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사건 수사를 지휘하던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장은 수사 진행 상황을 궁금해하는 기자들과 티타임 형식의 만남을 가졌다.



워낙 중대한 사안이었던 만큼 언론사의 과열 보도로 인한 오보를 막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기자는 검사 윤석열과 처음으로 대면했다.

수년간 검찰을 출입하며 수많은 검사들을 만났지만 검사 윤석열은 남달랐다. 그의 발언과 행동에서 특수통 검사 특유의 뚝심은 물론 보스 기질마저 느낄 수 있었다.

이후 검사 윤석열의 행보를 보면서 기자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고 확신했다.

같은 해 10월 서울고검 국정감사에서는 그의 대표 어록으로 꼽히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내뱉었다. 검찰총장이 된 뒤에는 “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 직원이 아니다”라며 장관과 각을 세웠다.

그의 주요 발언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항명’이었다. 검찰 역사상 이 정도로 수위 높은 발언을 한 검사는 없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검사 윤석열의 항명은 ‘0선’의 정치 신인인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 원동력이었다.



문재인 정권에 실망한 지지자들에게는 문재인 정권과 대척점에 서 있는 검사 윤석열이 새로운 대안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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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대권 잠룡으로 떠오른 검사 윤석열은 지난해 6월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고 결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나 국민들은 대통령 윤석열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 취임 2개월 만에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질렀고 취임 12주 만에 지지율 30%가 붕괴됐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부터 인사, 경찰국 신설 등 굵직한 사안에 대한 불만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전 정권에서 지명된 장관 중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느냐” “(지지율은) 별로 의미가 없는 것” “(지지율 하락의) 원인은 언론이 잘 알 것” 등의 거친 발언도 지지율 하락을 부채질했다.

달라진 것은 없었다. 옳다고 생각해 밀어붙였고 말했을 뿐이다. 국민들의 평가 기준이 달라진 것이다.

지지율에만 연연하면 국정을 제대로 운영할 수 없다. 그러나 민심을 읽을 수 없다면 한 나라를 이끌어나갈 수 없다.

지금은 난마를 끊듯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보다 귀를 열어야 한다. 해법을 찾기 위해 고심할 필요도 없다.

대선 출마 당시 공정과 상식을 기치로 내걸었는데 그때 새겼던 초심을 지키면 된다.

“상식을 무기로 무너진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공정의 가치를 기필코 다시 세우겠습니다.” 검사 윤석열이 대통령 출마를 선언하며 내놓은 일성이다.

박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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