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의 외국어고등학교(외고) 폐지 방침에 반발하고 있는 전국 외고 교장들과 학부모들이 함께 집단행동에 나선다. 이들은 공동 기자회견에 이어 교육부 항의 방문 등을 통해 졸속으로 이뤄진 외고 폐지 방침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존치를 압박한다는 계획이다.
이향근 전국외고교장단협의회장(안양외고 교장)은 7일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오는 11일 전국 30개 외고 교장단과 학부모들이 함께 서울 이화외고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교육부의 외고 폐지 방침에 반대하는 입장을 거듭 밝힐 것”이라면서 “기자회견 후에도 교육부를 항의 방문하고 국회 교육위원회도 찾아 시대착오적이고 반교육적인 정책이 철회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어 “윤석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도 외고 존치가 언급됐었는데 교육부가 아무런 협의나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외고 폐지 검토를 발표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외고가 소수 집단이라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여도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학부모들과 함께 폐지 방침이 철회될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전국 30개 외고 교장들로 구성된 전국외고교장협의회는 1일 입장문을 내고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외고 폐지 검토' 발표를 접한 뒤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며 "외고 폐지 정책을 철회하지 않으면 외고 교육공동체가 연대해 정책의 잘못을 알리고 법률적 행위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었다.
문재인 정부는 자립형사립고(자사고)와 외고·국제고가 학교 서열화와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폐지하고 2025년 3월 일반고로 일괄 전환할 계획이었다. 반면 윤 대통령은 대선 공약을 통해 학교교육 다양성과 학생·학부모 선택권 보장을 약속했고, 국정과제에도 담아 이들 특수목적고는 존치될 것으로 예상됐다.
당초 예상과 달리 박 부총리가 지난달 29일 대통령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에서 자사고와 달리 외고의 경우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하면서 외고 교장단과 학부모들의 반발을 불렀다. 전국외고학부모연합회는 5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교육부 장관의 일방적인 발표는 졸속 행정"이라며 "백년지대계인 교육 정책을 졸속으로 발표한 박 장관은 즉각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취학연령 하향 정책과 함께 외고 폐지 검토에 대해서도 장관 사퇴까지 언급할 정도로 반발이 거세지자 교육부는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연말까지 외고를 포함한 고교체제 개편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같은 교육부 해명에 대해 이 회장은 “지난 정부에서 외고를 ‘귀족학교’, ‘사교육 유발 원흉’으로 간주하면서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교육과정을 바꿔가며 여기까지 왔는데 보수 정부가 이럴 줄은 몰랐다”면서 “의견 수렴을 거쳐 연말에 고교체제 개편방안을 발표한다지만 시간끌기용이나 명분쌓기용”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이어 “전 정부의 외고 폐지 추진으로 신입생 모집에서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 미달이 발생한 학과도 많다”면서 “보수 정부가 들어서면서 외고 존치에 대한 기대감으로 학생과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점차 돌아오는 분위기였는데 교육부가 찬물을 끼얹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