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명량·한글분수서 물놀이, 밤엔 빛의쇼…"즐길거리 늘어 좋아요"

■재개장한 광화문광장 가보니

면적 2배·녹지 3배↑공원 탈바꿈

주말 무더위에도 시민들로 '북적'

"쉴 곳도 많아져 이제 진짜광장 같아"

사헌부터에 212m 역사 물길까지

"과거와 현재 잇는 공간도 인상적"

매일 저녁 미디어파사드 공연도 감탄

시민들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광화문광장 개장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열린 ‘광화문광장 빛모락(樂)’에 참석해 미디어파사드를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시민들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광화문광장 개장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열린 ‘광화문광장 빛모락(樂)’에 참석해 미디어파사드를 관람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장에 분수와 나무가 가득해 좋습니다. 어린아이들이 뛰어노는 것을 보니 이제 진짜 광장 같습니다.”(서울 도봉구 거주 김 모 씨)



“기존 광장보다 넓어지고 다채로워진 것보다도 한국의 역사가 담긴 공간이라 더 의미 있게 느껴집니다.”(서울 은평구 거주 이 모 씨)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아스팔트를 뜨겁게 달군 7일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은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모여든 수백 명의 시민들로 가득했다.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내는 분수 아래를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고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은 광장 한켠에 마련된 나무그늘 쉼터에 앉아 담소를 나눴다. 경기 고양시에서 찾아왔다는 박 모(41) 씨는 “광장에 조성된 나무 아래에서 쉴 수 있을 뿐 아니라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역사적인 문구와 기록들도 인상적”이라며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또 하나 생긴 만큼 다음에는 어린 자녀들과 함께 다시 찾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광화문광장이 재개장한 뒤 첫 주말일인 7일 서울 광화문광장이 많은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권욱 기자광화문광장이 재개장한 뒤 첫 주말일인 7일 서울 광화문광장이 많은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권욱 기자


양 옆을 지나는 도로에 둘러싸여 접근성과 활용도가 떨어지는 ‘거대한 아스팔트섬’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서울 광화문광장이 2020년 11월 재구조화 사업이 시작된 지 1년 9개월 만에 ‘열린 광장’으로 거듭나 시민의 곁으로 돌아왔다.



새롭게 조성된 광화문광장은 이전보다 훨씬 넓어졌다. 기존 광장의 서측도로 6차선이 공원으로 바뀌면서 총 면적이 4만 300㎡로 이전(1만 8840㎡)보다 2배 이상 늘었다. 확장된 지역에는 5024그루의 나무가 심어져 녹지 공간도 이전에 비해 3.3배 수준인 9367㎡ 규모로 확대됐다. 이는 광장 전체 면적의 약 25%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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눕거나 앉을 수 있는 벤치도 광장 곳곳에 배치되는 등 시민을 위한 휴게 공간도 늘어났다. 이순신 장군 동상 전면에 위치한 ‘명량분수’부터 ‘한글분수’ ‘터널분수’ 등 분수 3개도 새로 조성됐다. 이날 광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달라진 모습에 대체적으로 만족감을 나타냈다. 서울 도봉구에 거주하는 유 모(30) 씨는 “광화문광장을 지날 때마다 늘 황량한 느낌을 받았다”면서 “이렇게 녹음 가득한 공간으로 변할 줄 몰랐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광화문 인근에 위치한 직장을 다닌다는 이 모(32) 씨는 “조성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광화문광장을 다시 뜯어고친다고 했을 때 쓸데없이 예산을 낭비한다는 비판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면서 “기대에는 다소 못 미치는 부분도 있지만 광장을 광장답게 만드는 것은 결국 시민의 몫”이라고 밝혔다.

어런이들이 6일 오후 새롭게 개장한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을 찾아 터널분수를 체험하고 있다. 연합뉴스어런이들이 6일 오후 새롭게 개장한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을 찾아 터널분수를 체험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장의 역사성도 강화됐다. 특히 광화문광장 재구성 공사 중 발견된 사헌부 터는 ‘시간의 정원’에서 시민들이 쉽게 관람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우물과 배수로 등 유구 위를 바로 덮지 않고 높은 위치에 유리창을 설치해 시민들이 쉽게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조선이 건국된 1392년부터의 역사를 새긴 212m의 ‘역사 물길’도 광장 바닥에 조성됐다. 광화문 설계를 총괄한 조용준 서울시 공공조경가는 “현재 광장의 숲길 또한 사헌문 담장이 있던 자리”라며 “(광화문광장이) 과거와 현재를 잇는 공간이 되도록 고민했다”고 강조했다.

광화문광장의 숨은 ‘역사적 디테일’을 찾는 것도 소소한 재미다. 세종문화회관 앞에 조성된 터널분수는 모두 77개의 물줄기로 광복 77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다. 명량분수 앞에는 명량대첩 당시 물리친 적선의 수와 아군 함선의 수를 따 133개의 조명과 12개의 비석이 위치해 있다. 15.45m인 명량분수의 길이 또한 이순신 장군이 탄생한 1545년을 의미한다.

미디어파사드, 버스킹 공연 등 광장 내 문화 활동도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해치마당’의 한쪽 벽면에 설치된 대형 영상창뿐 아니라 광화문 교보빌딩 벽면을 대형스크린으로 사용한 영상 콘텐츠도 제공된다. 세종대왕상 뒤편 지하로 이어지는 세종이야기 출입구에는 ‘미디어 글라스’가 설치돼 밤마다 미디어아트 공연이 열린다. 서울시 측에 따르면 광장 곳곳에 앰프를 연결할 수 있는 전기선을 추가로 설치해 광장 내 버스킹 공연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열린 광장 개장 기념행사 ‘광화문광장 빛모락(樂)’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오세훈 서울시장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열린 광장 개장 기념행사 ‘광화문광장 빛모락(樂)’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오후 7시부터 2시간 30분간 열린 광화문광장 재개장 기념행사 ‘광화문광장 빛모락(樂)’에 참석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2009년 당시 광장을 만들면서 동편 찻길까지 언젠가는 보행공간으로 바꾸는 날이 올 것이라고 기대했다”면서 “명실공히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가장 자랑스러운 랜드마크가 모습을 드러냈다”고 감격해했다. 오 시장은 이어 “언론들이 파리 에펠탑 앞에서 뉴스를 전하는 것처럼 서울발 대한민국 뉴스가 이곳 광화문광장에서 전 세계인들에게 전해지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날 재개장 기념행사에는 KT광화문 웨스트 사옥 가림막과 세종문화회관 벽면을 이용한 미디어파사드 공연이 펼쳐져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미디어파사드 공연은 이후에도 1년 동안 매일 일몰 시간 뒤 진행된다. 실감형 미디어아트와 한국의 자연과 문화를 소개하는 영상이 벽면을 채울 예정이다. 이날 공연을 관람한 김 모(26) 씨는 “화려한 공연에 눈을 떼지 못했다”면서 “서울을 찾는 외국 관광객들에게 멋진 장면으로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건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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