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中 제재에 대만산 표기 막는 애플…글로벌 공급망도 불안

EPA연합뉴스EPA연합뉴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해 중국 정부의 보복성 경제 제재 조치를 취하면서 애플이 대만 협력사들로 하여금 ‘대만산’ 표기를 수정하도록 했다. 애플이 차기작인 아이폰 14를 중국과 인도에서 동시 출하하는 등 전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으로 분석된다.




애플 “중국향 선적에 대만산 표기 안돼”

7일 닛케이아시아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 5일 애플이 대만 협력사들에게 대만산 부품들을 담은 상자 등에 대해 '대만, 중국(Taiwan, China)'이나 '중국의 타이베이(Chinese Taipei)'로 표기할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닛케이에 "수입신고서나 서류·상자 등에 '대만산(Made in Taiwan)'이라는 문구를 붙일 경우 중국 세관에서 화물을 보관하거나 검사할 수 있다"며 "이 규정을 위반할 경우 최대 4000위안(약 77만 원)의 벌금을 물거나 최악의 경우 선적 자체가 거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애플의 이 같은 조치는 중국 당국이 대만산 수입품에 대한 규정을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블룸버그통신에 "‘중화민국(Republic of China·ROC)’으로 표기된 제품은 중국 본토 시장에 진입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대만의 ROC 사용에 반대하고 있다. 통신은 중국 정부는 이미 2015년 이 같은 규정을 발표했지만 그동안은 엄격하게 시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애플의 이번 조치로 아이폰14가 중국과 인도에서 동시에 출하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 전문 분석가인 궈밍치 TF인터내셔널증권 연구원은 트위터를 통해 “최근 조사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에 처음으로 인도 폭스콘 공장이 중국 공장과 거의 동시에 신규 6.1인치 아이폰14를 출하할 예정”이라며 “과거에 인도 공장은 (중국 공장보다) 1분기나 그 이상 늦게 출하했다”고 말했다. 애플은 이미 중국에 대한 의존도 줄이기에 나섰는데, 이번 중국의 보복성 경제조치로 인해 이를 앞당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애플은 2017년 위스트론의 인도벵갈루루 공장에서 아이폰SE 제조를 시작했으며 이후 폭스콘 첸나이 공장에서 아이폰11과 아이폰12, 아이폰13을 생산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1.3%에 그쳤던 인도 내 아이폰 생산량은 2021년 3.1%로 늘었으며 올해에는 최대 7%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연합뉴스로이터연합뉴스




중국 군사훈련에 글로벌 공급망도 불안

관련기사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대만해협 인근에서 실탄사격 등을 포함한 군사훈련을 진행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은 인민해방군의 훈련을 위해 6개 지역을 봉쇄했는데, 이 중 3개 지역은 대만해협 인근 혹은 대만해협에 해당한다. 대만해협은 중국과 일본은 물론 중국 및 일본과 유럽을 각각 연결하는 주요 항로인만큼 이 같은 봉쇄는 글로벌 공급망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컨테이너선의 절반가량, 대형 컨테이너선의 88%는 대만해협을 통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선박중개 업체인 브라에마르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아노프 싱은 “실탄 사격 훈련은 바다에서 매우 흔한 이벤트이지만 일반적으로 교통량이 적은 지역으로 제한된다”며 “대만해협은 하루에 100만 배럴 상당의 원유 및 석유 제품이 통과할 정도로 매우 혼잡한 지역”이라고 말했다. 그간 대만해협처럼 교통량이 상당한 지역에서는 실탄 사격 훈련과 같이 봉쇄가 필요한 군사훈련을 실시하지 않아 글로벌 공급망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이번 중국의 군사훈련은 공급망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앞으로 대만해협에서의 군사훈련을 상시화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스위스 은행 롬바르드오디어의 이호민 매크로 스트래지스트는 “대만해협에서의 훈련이 장기화되거나 정기적이 될 경우 대만과 여타 지역과의 무역은 물론 글로벌 공급망에도 상당한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만해협 대신 필리핀해를 통과하는 방안도 있지만 통상 6~9월에 태풍이 발생해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전세계에서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트라이오리엔트인베스트먼트의 댄 니스테트 부사장은 “대만을 한동안 셧다운시키는 재앙이 발생할 때 테크 산업과 관련된 글로벌 공급망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 정말 모르겠다”며 “최소 3조~4조 달러 상당의 작업이 완료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홍콩 물류서비스 업체인 자넬그룹의 폴 추이 매니징 디렉터도 “대만해협에서의 긴장이 고조되면 비용과 운송 시간이 크게 늘어나면서 코로나19 사태 당시보다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AFP연합뉴스AFP연합뉴스


제로코로나로 타격 받은 中 경제…극단 제재 어려울 듯

다만 중국 당국이 대만을 상대로 극단적인 경제적 제재 취하거나 대만해협의 장기간 봉쇄 등을 고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강하다. 가뜩이나 제로코로나 정책으로 경제적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중국에도 피해를 끼칠 이 같은 조치를 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중국 국가통계국은 올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0.4%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문가들이 예상한 1%를 크게 밑돈 수치여서 충격을 안겼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신미국안보센터의 토머스 슈가트는 “중국은 대만을 상대로 공해 봉쇄를 강행할 능력이 충분히 있다”면서도 “중국이 그러한 봉쇄를 시도할지 또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얼마나 큰 정치·경제적 위험을 감수할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대만을 겨냥한 추가 경제제재에 대해서도 싱가포르경영대학의 헨리 가오 법학과 부교수는 “중국이 다른 경제제재를 내놓을 가능성이 크긴 하다”면서도 “최대 수입품인 반도체를 금지하지 않는 한 실효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 경우 반도체에 의존하는 중국 기업들은 물론 중국 자체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연하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