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마티스관절염을 비롯해 루프스, 강직척추염, 베체트병 등의 류마티스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는 코로나19 백신 필수 접종이 권고되는 고위험군으로 꼽힌다. 면역력이 저하되어 있어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사망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류마티스 질환 환자가 부스터 백신 접종(3차 접종)까지 맞아도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중화 항체 반응이 충분하지 않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앙대병원은 감염내과 최성호·정진원 교수와 류마티스내과 최상태 교수 연구팀이 류마티스질환 환자에게 메신저리보핵산(mRNA) 방식의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후 오미크론 항체반응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8일 밝혔다.
중앙대병원 연구팀은 코로나19 백신 부스터샷(3차 접종)을 맞은 건강한 의료인 94명과 면역억제제 또는 항류마티스 치료를 받고 있는 류마티스질환 환자 149명의 혈청을 수집해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중화항체 반응을 측정하고, 돌파감염 발생과의 관계를 조사했다.
3차 백신 접종 후 기존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중화항체 반응은 의료인의 97.2%, 류마티스질환 환자의 88.1%에서 나타나 좋은 예방 효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그에 반해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중화항체 반응은 의료인이 50.3%, 류마티스질환 환자가 26.8%로 현격히 낮았다.
특히 류마티스질환 환자의 경우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중화항체 반응이 건강한 의료인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이를 통해 류마티스질환 환자는 3차 접종까지 하더라도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중화항체 반응이 기존 코로나 바이러스에 비해 낮을 뿐 아니라, 건강한 의료인에 비해 낮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3차 접종의 효과는 더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3차 접종 후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중화 항체 반응은 하루 0.351%씩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중화항체 반응과 돌파감염의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에 참여한 류마티스 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오미크론 돌파감염 사례를 조사했다. 분석 결과 돌파 감염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중화항체 반응이 낮게 측정됐다. 중화항체 반응이 약하면 돌파감염이 쉽게 발생한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정진원 중앙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면역억제제나 항류마티스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류마티스 질환 환자는 부스터 접종만으로는 오미크론 돌파 감염을 예방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며 "기존 백신을 한 번 더 맞거나(4차 접종) 변이 바이러스를 타겟으로 한 새로운 백신 접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류마티스질환 환자처럼 면역력이 저하된 환자들에 대한 지속적인 백신 효과 연구 및 새로운 백신 개발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 논문은 류마티스질환 분야 상위 10% SCI급 저널인 유럽류마티스학회지(Annals of the Rheumatic Diseases)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