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교 30주년을 맞은 한중 관계가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신냉전과 블록화로 국제 질서가 재편되고 한미 안보·경제·기술 동맹이 강화되는 가운데 새로운 한중 관계가 어떻게 설정될지 주목된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해온 문재인 정부가 윤석열 정부로 교체된 데다 중국도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확정할 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이런 시점에 박진 외교부 장관이 중국 산둥성 칭다오를 방문해 9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을 한다. 이번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는 한국의 ‘칩4(한국·미국·대만·일본 반도체 공급망 동맹)’ 참여, 사드, 북핵, 대만 문제 등이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은 우리 정부의 칩4 예비 회의 참여 방침을 전하면서 이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는 중국의 이해를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로서는 반도체 산업의 시너지와 경쟁력 확보를 위해 미국 등과의 기술 협력이 절실하다. 반면 홍콩을 포함한 중국으로의 반도체 수출 비중이 60%를 차지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기도 어렵다. 우리 정부는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대중(對中) 수출 규제를 칩4 의제에 넣지 말자고 미국에 제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사드 3불(사드 추가 배치 불가, 미국 미사일방어체계 불참, 한미일 3각 군사 동맹 불가)’ 이행을 요구하는 데 대해 박 장관은 ‘안보 주권 사항에서는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의지를 밝혀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 관련 제재에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한 데 대해 분명히 문제를 제기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눈치보기 외교를 접고 국익 우선 관점에서 상호 존중하는 한중 협력 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