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단독] 카카오 구독ON, 1년 만에 'OFF'

카카오 정기구독 플랫폼 '구독ON'

입점 브랜드 대상 서비스 종료 통보

총괄 퇴사·커머스 구조조정에 종료 수순

"기존 서비스에 구독 접목 방안 검토중"


카카오(035720) 구독경제 플랫폼 ‘카카오구독ON’이 출시 1년 만에 서비스 종료 수순을 밟게 됐다. 구독사업을 총괄하던 임원이 퇴사하며 서비스 기반이 흔들린 데다가, 카카오가 최근 커머스 부문을 사내독립법인(CIC)으로 분리하는 등 사업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추후 별도 플랫폼이 아닌 기존 커머스 서비스에 구독을 접목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자사 정기구독 플랫폼 ‘카카오구독ON’에 입점해 있는 브랜드들을 대상으로 서비스가 종료될 예정임을 알리고 있다. 구독ON에 입점했던 한 식음료 회사는 “카카오 측이 서비스를 종료할 예정이라고 지난 5월 말 쯤 우리 쪽에 별도로 알려왔다”며 “이후 6월 초 쯤 전체 입점사 대상으로 공식 메일이 갔고, 지난 7월 28일을 마지막으로 정기 결제를 종료했다”고 말했다.

현재 구독ON 서비스는 아직까지는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소비자들은 카카오톡을 통해 여전히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다. 하지만 막상 서비스에 접속해 보면 게재된 상품은 4개에 불과하며, 신규 구독은 아예 막혀 있는 상황이다. 구독 버튼을 누르면 “현재 주문이 불가능한 상품입니다”라는 메세지가 노출된다.

현재 카카오톡 내 구독ON에서 구독하기 버튼을 누르면 “현재 주문이 불가능한 상품입니다”라는 메시지가 노출된다. 카카오톡 화면 캡처현재 카카오톡 내 구독ON에서 구독하기 버튼을 누르면 “현재 주문이 불가능한 상품입니다”라는 메시지가 노출된다. 카카오톡 화면 캡처



구독ON은 구독경제 열풍이 불던 지난해 6월 카카오가 야심차게 출시한 구독 관리 플랫폼이다. 카카오는 홈카페·반려동물·일상 등 키워드 추출을 통해 맞춤형 구독 상품을 추천하는 방식을 내세워 차별화를 꾀했다. 또 기존에는 개별 카카오톡 채널에서만 이용 가능했던 구독 서비스를 플랫폼에서 한꺼번에 관리할 수 있도록 해 이용자 편의성을 개선했다. 출시 당시 전자책 정기구독 ‘밀리의 서재’ 샐러드 정기구독 ‘스윗밸런스’ 등 유명 구독 서비스도 입점해 기대를 모았고, 이어 출시 4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기준 200여 개의 브랜드를 확보하며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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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올해 초 구독사업실장을 맡고 있던 안진혁 전 부사장이 퇴사하며 서비스의 향후 방향이 불투명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부사장은 카카오 입사 전 웅진코웨이, CJ오쇼핑 등을 거치며 구독경제 전문가로서 역량을 쌓아온 인물이다. 안 전 부사장은 카카오 퇴사 후 부동산 구독 스타트업 ‘핀포인트’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여기에 카카오가 최근 커머스 분야 체질 개선 작업에 착수하며 비교적 비주류 사업으로 꼽히는 구독ON은 종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는 최근 커머스 부문을 7개월 만에 CIC로 재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커머스CIC는 전략·인사·재무 등을 본사와 별도로 운영하며, 남궁훈 대표가 커머스CIC 대표직도 겸임할 예정이다.

불과 7개월 만에 CIC 재전환을 결정하게 된 것은 그만큼 커머스 부문의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판단해서다. 커머스 부문은 남궁훈 대표가 “카카오 사업의 본질”이라고 강조할 정도로 중요 사업이지만, 최근 거시경제 침체 여파로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다. 2분기 카카오 선물하기, 톡스토어, 메이커스 등 커머스 부문을 포함한 ‘톡비즈 거래형’ 매출(1822억원)은 직전 분기보다 13.7% 감소했다.

카카오 측은 “현재 운영중인 ‘구독ON’의 종료를 포함해 다양한 방향을 검토중이며, 관련해 파트너사와 협의 중”이라며 “별도의 서비스가 아닌 기존 카카오 내 다양한 커머스 서비스에 접목하여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현재 톡스토어에서도 정기간행물, 톡배송 등의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향후에도 톡스토어 내 선물하기 등 기존 서비스에 구독을 접목해 일관된 커머스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네이버쇼핑 정기구독 페이지. 현재 6만개에 가까운 상품이 판매 중이다. 네이버쇼핑 화면 캡처네이버쇼핑 정기구독 페이지. 현재 6만개에 가까운 상품이 판매 중이다. 네이버쇼핑 화면 캡처


한편 네이버가 운영하고 있는 정기구독 서비스는 여전히 성업 중이다. 네이버쇼핑 정기구독은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들의 상품을 특정 주기별로 구독해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다. 지난해 8월 시작해 카카오 구독ON보단 2개월 가량 시작이 늦었으나, 50만 명에 달하는 스마트스토어 판매자 풀을 기반으로 빠르게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네이버쇼핑 정기 구독은 9일 현재 총 5만7088개의 상품을 판매 중이다.


정다은 기자·백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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