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트리플 딥 라니냐' 온다…내달 더 센 '물폭탄' 퍼부을 수도 [이상기후에 갇힌 한반도]

[한반도 아열대화 가속]

사상 첫 6월 열대야·50년만의 가뭄

꿀벌 실종사태 등 이상현상 잇따라

최근 10년간 피해액 4조 넘어서

20세기보다 가뭄 10배 증가 전망도





“한반도가 역대 최악의 ‘트리플 딥 라니냐(La Nina)에 갇혔습니다. 가을에는 더 큰 기후 재난이 올 수 있습니다.”



기상청 기상연구소 연구관을 거쳐 1998년부터 계명대 환경학부(지구환경학 전공)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김해동 교수의 진단이다. 김 교수는 9일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지구온난화로 인해 ‘라니냐 현상’이 연속적으로 발생하며 이상기후가 더 잦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라니냐는 적도 인근의 무역풍이 약화되며 태평양의 해수 온도가 낮아지는 현상으로 해수 온도가 높아지는 엘니뇨(El Nino)와 함께 기상이변의 주요 원인 중의 하나로 꼽힌다. 올해 폭염·가뭄·폭우 등 잇따른 이상기후가 발생하고 한반도의 남부 지역이 아열대기후에 속하게 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9일 기상학계에 따르면 라니냐 현상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내년까지 지속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일명 ‘트리플 딥 라니냐’다. 일반적으로 라니냐 현상는 2~7년에 한 번씩 발생하며 1년 이내에 종료된다. 김 교수는 “별 것 아닌 것 같은 이런 현상들이 많은 문제를 발생시킨다”며 “(태평양의) 서쪽에는 가뭄과 고온, 동쪽에는 홍수를 몰고 온다”고 설명했다.



실제 2월 과학 전문 주간지 ‘네이처’에 실린 ‘네이처-기후변화’ 논문도 “지구온난화로 해수 온도가 상승해 해류 흐름의 변화가 강화되고 라니냐 현상이 점차 증가해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논문에 따르면 잦은 라니냐 현상으로 20세기에 비해 가뭄 발생이 10배가량 증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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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최근 중부 지역에 발생한 폭우도 라니냐의 영향권에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라니냐 현상은 북태평양고기압을 보다 북쪽으로 활성화시키는 특성이 있다”며 “활성화된 북태평양고기압이 위쪽에서 내려오던 차가운 공기와 만나 중부 지역에 얇고 긴 정체전선이 생기며 많은 비가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상청 관계자도 “이번 폭우와 기후위기 간 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지구온난화 등으로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고 수증기 양이 많아지며 정체전선 양상 및 폭우 형태 모두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이상기후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6월 26일에는 사상 처음으로 ‘6월 열대야’가 발생했고 폭염으로 전국 곳곳에서 역대 최고 온도를 경신했다. 3~4월에는 남해안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50년 만의 가뭄’을 겪었다. 높은 기온에 꽃들이 일찍 개화하며 전남·경남 지역에는 꿀벌이 사라지는 기현상도 나타났다.

한반도의 ‘아열대화’도 지구온난화로 가속화되고 있다. 기후 통계상 경남 통영, 전남 목포, 제주 등 남부 지역은 이미 아열대기후에 속해 있다. 아열대기후란 1년 중 8개월 이상 월 평균기온이 10도 이상인 곳을 뜻한다. 내륙 지역의 경우도 이미 10도 이상인 달이 7개월로 아열대기후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달 국토연구원이 발행한 보고서 ‘탄소중립과 기후변화에 대비한 안전취약시설물 분석 및 관리방향 연구’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발생한 자연재해 피해의 93.2%(4조 1190억 원)가 호우와 호우를 동반하는 태풍에서 발생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라니냐 현상 등으로 활성화된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에 오래 머물 경우 8월 말부터 폭염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9월에는 북쪽의 차가운 공기와 만나 가을장마가 시작될 가능성도 있다. 또 이후에 생긴 태풍이 정체전선을 따라 한반도에 상륙할 경우 큰 피해를 낳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여름 장마보다 더 세기가 강한 가을장마와 가을 태풍은 농작물 등에 더욱 치명적인 피해를 입힌다.

전문가들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장기적인 관점과 함께 안전을 위한 즉각적인 대응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이번 폭우뿐 아니라 이후에도 이상기후는 계속해서 발생할 수 있다”며 “태풍과 폭우 등에 대비해 돌출 간판을 없애는 등 정부 차원의 지원과 규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건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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