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 회피 능력이 강한 오미크론 하위 변이 BA.5가 맹위를 떨치면서 코로나19 재감염률이 거침없이 증가하고 있다. 의료계와 방역 당국이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겼던 3%마저도 뚫고 올라갔지만 “재감염률 상승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방역 당국이 15만 명 수준으로 예측했던 이번 재유행 일일 신규 확진자 정점이 20만 명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당국 역시 휴가철 인구 이동량 증가 등을 반영해 전망치를 올릴 여지를 남겨 놓았다.
9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4만 9897명으로 15만 명에 육박했다. 이는 올 4월 13일(19만 5387명) 이후 118일 만에 가장 많은 수치다. 일주일 전인 이달 2일에 비해서는 1.34배, 2주일 전인 지난달 26일에 비해서는 1.51배다. 일일 신규 확진자 수만 보면 방역 당국이 예상했던 재유행 정점에 다다랐다. 이상원 방대본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앞서 4일 “유행 정점은 약 11만~19만 명, 중앙값으로는 15만 명 정도를 예상한다”고 전망한 바 있다.
BA.5 검출률은 8월 1주 76.3%로 직전 주인 7월 4주 66.8%보다 9.5%포인트 상승했다. 50% 이상의 우세종 수준을 넘어 80%가 넘는 지배종이 돼가는 양상이다. 전파력이 강한 BA.5의 지배종화와 누적 최초 감염자의 증가, 시간 경과에 따른 자연 또는 백신 면역력 감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코로나19 재감염률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6월 1주 1.22%였던 재감염률은 7월 2주 3.72%로 상승하더니 7월 3주에는 6.59%까지 치솟았다. 7월 4주 5.43%로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5%가 넘는 상황이다. 방역 당국은 애초 재감염률이 프랑스 수준인 3%까지는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재감염률 상승세가 앞으로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재감염률은 계속 높아질 것이며 지금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올 2~4월 많은 사람이 오미크론에 걸렸는데 그로부터 4~6개월이 지나 당시 오미크론에 걸렸던 사람들의 항체가가 현재는 절반 정도로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검사를 받지 않는 사람들까지 합치면 하루 확진자 수는 벌써 30만 명이 넘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다음 주 정도면 공식 집계 기준으로 20만 명이 넘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정부도 증가 폭이 커지고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예측치 상향 조정 가능성을 열어뒀다. 감염재생산지수가 7월 4주 1.29에서 8월 1주 1.14로 하락했지만 6주 연속 1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이런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임숙영 방대본 상황총괄단장은 “휴가철 영향으로 증가 폭이 다소 커지는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휴가철 이후 상황을 반영한 예측 결과를 다음 주 화요일에 다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기존에 제시했던 증가세 전망을 상향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