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반등장서 역주행…겹겹이 악재에 '육만전자'도 위태

■반전 기미 안보이는 삼성전자

코스피 2500선 복귀했지만

삼성전자·하이닉스 내리막길

외국인은 3거래일연속 순매도

칩4 참여에 中수출 위축 우려

엔비디아 실적 쇼크 충격파도





코스피지수가 약 두 달 만에 2500선 복귀에 성공했지만 대장주인 삼성전자(005930)의 주가는 역주행하며 ‘육만전자’도 위태롭다. SK하이닉스(000660) 역시 10만 원을 지키지 못한 채 주가가 흘러내리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실적 쇼크를 예고하면서 반도체 업계 전체의 수요 부진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칩4(Chip4)’에 우리나라가 참여하기로 하면서 국내 반도체 산업이 미국과 중국 두 고래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반면 코스피지수는 반도체 투톱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이 9거래일 연속 매수에 나서면서 ‘베이비스텝’식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800원(1.32%) 내린 6만 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장중 5만 9600원까지 밀리면서 지난달 14일 이후 한 달 만에 5만 원대로 추락했다. SK하이닉스도 전날보다 1200원(-1.25%) 하락한 9만 5100원에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는 기술적인 반등을 지속하면서 2500선을 탈환했지만 ‘코스피 3대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청개구리처럼 주가가 반대 흐름을 보였다. 외국인투자가는 삼성전자를 3거래일에 걸쳐 2800억여 원 순매도했다.



무엇보다 반도체 수요 부진 등 업황 우려가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앞서 8일(현지 시간) 엔비디아는 예비 분기 실적 보고서에서 게임 부문 매출이 크게 줄어 전체 매출이 67억 달러(약 8조 7400억 원)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 전망치인 81억 달러(약 10조 5700억 원)를 크게 하회하는 수치다. 시장은 엔비디아의 실적 악화가 반도체 업황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게임 부문 매출이 크게 줄었다는 점에서 컴퓨터·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기기의 전체적인 수요 부진이 심화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이에 전날 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1.61% 하락 마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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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업황이 긴 겨울의 초입에 있다는 징조는 여러 군데에서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 시장조사 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6월 세계 반도체 직접 회로 판매량은 전월에 비해 감소했다. 통상 6월은 반도체 시장 성수기인데 1976년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하락 추세를 보인 것이다. IC인사이츠는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자 주요 IT 업체들이 서버 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크게 줄었다고 분석한다. 아울러 대만 시장조사 기관인 트렌드포스는 내년 D램의 비트 단위 수요 증가율을 8.3%로 예상했는데 예상 증가율이 한 자릿수에 그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증권가는 업황 침체 우려를 반영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을 연일 낮추고 있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는 이달 초 기준 각각 54조 9871억 원, 12조 8579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 달 전 추정치보다 각각 6.8%, 16.6% 하락한 수치다. 내년 눈높이는 더욱 낮아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내년 영입이익 전망치는 50조 6926억 원, 11조 1683억 원으로 한 달 전보다 각각 14.8%, 32.3% 줄었다. 박유악 키움증권(039490) 연구원은 “올해 4분기부터 내년 1분기까지 서버 수요의 일시적 감소가 예상되는데, 주가 조정의 빌미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미국이 구상 중인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칩4에 우리나라가 참여하는 것이 기정사실화되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점이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사실상 칩4는 미국 내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과 인텔 등 기업의 역량 강화에 방점을 찍고 있는데 이들 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사다. 한국의 칩4 참여가 경쟁사의 배만 불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우리나라 메모리반도체 수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이 칩4 참여를 빌미로 우리나라에 제재를 가할 개연성이 있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도현우 NH투자증권(005940) 연구원은 “칩4로 인한 수혜는 미국 기업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칩4를 크게 경계하고 있는 중국이 한국에 대한 제재를 할 경우도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한국 메모리반도체 수출에서 74.8%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 중 44.9%가 한국이라 국내 반도체 기업의 제품 수출에 대한 직접 규제를 가할 가능성은 적지만 국내 기업 비용 증가를 야기하는 여러 가지 형태의 간접적 규제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코스피는 외국인의 매수세에 힘입어 2500선 회복에 성공했다. 코스피가 2500선에 복귀한 것은 6월 13일 이후 처음이다. 외국인투자가는 이날 324억 원을 순매수하면서 9거래일 연속 매수세를 보였다. 외국인이 9거래일 연속 매수세를 보인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이경민 대신증권(003540) 연구원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2차전지 산업 수혜 기대감에 관련주들이 뚜렷한 강세를 기록한 점이 코스피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심기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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