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시비 붙으면 흉기 꺼내고 보복운전도 다반사”…'욱' 하는 범죄 는다

[분노사회 대한민국] <상> 분노범죄 위험수위

양극화 심화에 코로나로 경제고통

분노조절장애 환자 4년새 13%↑

불평등 높아지며 살인 등 증가도

일상생활서 범죄노출 위험 커져

사진 제공=이미지투데이사진 제공=이미지투데이




코로나19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고 경제 불황 속에서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개인이 느끼는 스트레스가 날로 늘어나면서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하는 분노 범죄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우발적인 분노 범죄가 급증하면서 치안과 관련해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우리나라가 ‘무법 지대’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제기될 정도다. 이에 두 차례로 나눠 분노 범죄의 현 상황을 진단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해본다.






# 올 1월 암호화폐에 투자했다가 날린 대출금을 대신 갚아준 아버지를 살해하려 한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피의자는 60대 아버지가 자신의 직장 상사와 만났다는 사실을 알고는 감시를 당한다는 생각에 분노가 치솟아 대전광역시의 자택에서 흉기를 휘두르고 부친의 목을 졸랐다.



# 6월에는 투자금 3500만 원을 가로챘다는 이유로 후배를 폭행해 숨지게 한 20대 남성이 재판부로부터 징역 18년형을 선고받았다. 이 남성은 전북 전주시의 한 모텔에서 조직폭력배 2명과 함께 야구 배트와 철제 의자 등으로 피해자를 10시간가량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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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화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경기 하강이 계속되고 물가 상승에 따른 생활고가 가중되면서 쌓인 스트레스로 순간적으로 감정이 폭발하는 분노조절장애 환자가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분노조절장애가 곧바로 범죄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충동적 행동이 반복되면 범죄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분노조절장애 환자 수는 2017년 1827명에서 지난해 2071명으로 13.3% 증가했다. 분노조절장애라고 흔히 일컫는 ‘간헐적 폭발성 장애’는 의학적으로 폭력이 동반될 수도 있는 분노 폭발을 특징으로 하는 행동장애로 정의된다. 3개월 동안 일주일에 2번 이상 충동을 제어하지 못해 폭발적으로 화를 내면서 언어·신체적 공격성을 나타내는 경우다.

앞서 3월 서울 지하철 9호선에서 20대 여성 A 씨가 60대 남성과 시비가 붙어 휴대폰으로 머리를 여러 차례 내려쳐 구속된 후 결국 징역 1년을 선고 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A 씨는 지난해 10월에도 1호선 열차에서 다른 승객을 수차례 때리고 음료를 부은 것이 드러났다. 지난달 4일 경북 안동시에서는 새벽 시간대 주점에서 술을 마시다가 “기분 나쁘게 쳐다본다”는 이유로 시비가 붙어 몸싸움을 벌이던 상대방을 공업용 커터 칼을 휘둘러 잔혹하게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처럼 분노 범죄가 끊이지 않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양극화가 심화한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고통이 누적되며 사회에 대한 불만이 증폭되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는 분노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성원 조선대 경제학과 교수가 1990년부터 2020년까지 소득 불평등과 인구 10만 명당 범죄 건수를 비교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소득 불평등이 1% 상승하면 살인·절도·폭력 범죄율도 각각 19.0%, 9.3%, 2.1% 증가했다. 조 교수는 다른 논문에서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 상승했을 때 살인율은 1.75%, 절도율은 0.66%, 폭력 범죄율은 0.14% 올랐다고도 지적했다. 조 교수는 “경제적 고통과 삶의 질 저하가 사회에 대한 불만을 증폭시키고 빈곤 및 상대적 박탈감을 유발해 범죄율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분노 상황이 많아지면 분노 범죄도 늘어난다고 볼 수 있다”면서 “인플레이션이나 해결되지 않는 코로나19, 무더위 등으로 사람들에게 쌓여진 분노가 있을 것이며 이것들이 충동성이 늘어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분노 범죄가 줄어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보복 운전과 등 최근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살펴보면 범죄에 전혀 노출돼 있지 않던 사람들이 ‘욱’하는 범죄에 당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상대적 박탈감이 존중 받지 못하는 심리로 작용해 ‘네가 뭔데 나를 무시하냐’는 식으로 분노가 표출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경제적 계층이 높아 보이는 사람에게는 고개를 숙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우월감을 느끼려는 보상 심리가 작용해 운전 중에 자동차를 비교하고 보복 운전을 한다든가, 술집에서 갑자기 싸움이 일어난다든가 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동헌 기자·박신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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