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직후 국군에 납치돼 4년간 강제 노역을 하고 남한에 강제 억류된 북한 출신 김주삼씨(85)가 66년 만에 피해를 인정받았다.
10일 김씨는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남한에 강제로 끌려오면서 북한에 두고 온 가족들을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씨는 19살이던 지난 1956년 황해도 용연군 용연읍 용정리 바닷가 부근에서 살다가 그해 10월 10일 북파 공작원 3명에 의해 납치돼 서울 오류동 첩보부대로 끌려왔다. 이 때문에 북에 있는 어머니, 동생 4명과 생이별을 해야 했다.
당시 남북은 상대 진영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각각 공작원을 침투시키는 등 첩보전을 벌였다. 양측 모두 헤이그협약 및 정전협정을 위반하고 있었다.
이후 그는 황해도 용연군 지리와 군부대 위치에 대해 1년간 신문 당했다. 한국군과 미군 부대에서 각각 조사를 받았고, 조사가 끝난 후엔 무보수로 수송부에서 잡다한 심부름과 차량 수리 보조 같은 일을 4년간 했다고 한다.
부대에서 나온 후 그는 남한 국민으로 편입됐다. 하지만 경찰의 사찰과 감시 속에 변변한 직장을 잡지 못하고 일용직을 전전하며 생활고를 겪어야만 했다고 그는 토로했다.
결국 지난 2020년 2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김씨는 같은 해 12월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진실화해위는 조사 끝에 9일 회의에서 김씨가 진술한 일들이 사실이 맞는다고 판단해 진실규명을 결정했다.
사건의 특성상 비밀리에 진행된 것이 많아 사실 입증을 위한 자료 확보가 어려웠으나, 위원회는 김씨의 진술과 첩보대 복무자 등 참고인 진술을 토대로 김씨를 납치한 북파공작원들이 국방부 특수임무수행자 보상지원단에 보상금을 신청한 기록을 확인했다.
진실화해위는 "공군 첩보대가 첩보 명목으로 북한 민간인을 납치한 후 남한에 체류하게 한 행위는 신체의 자유, 거주 이전의 자유를 침해한 중대한 인권침해"라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국가가 김씨에게 납치 및 노역 행위 등 인권침해을 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피해와 명예를 회복시키는 적절한 조처를 하라고 했다. 또 강제 이산 고통을 완화하기 위해 김씨에게 북한에 있는 가족과 상봉할 기회를 제공하라고 권고했다.
김씨는 "연락만 할 수 있으면 상봉보다 더 좋은 게 어디 있겠나. 북한에 있는 친동생들을 보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