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다다랐다는 기대감에 원·달러 환율이 장중 10원 넘게 떨어지며 장중 1300원 아래로 내려갔다. 미국의 소비자 물가가 예상치를 밑돌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통화 긴축의 고삐를 늦출 수 있다는 기대 심리가 달러 약세로 이어진 결과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 대비 13원 40전 내린 1297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이후 환율은 낙폭을 조금씩 회복하며 전날보다 7원 40전 하락한 1303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원·달러 환율을 끌어내린 것은 전날 밤 발표된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 결과였다. 7월 CPI는 전년 동기 대비 8.5% 오르며 시장 예상치(8.7%)를 밑도는 것은 물론 6월 상승률(9.1%)보다 둔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가파르게 치솟던 미국의 물가가 정점을 찍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도 늦춰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외환시장에도 반영됐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강조했던 근원물가도 둔화세를 기록한 만큼 연준의 긴축 속도 조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달러화 약세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달러 강세 기조가 꺾였다고 보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전망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미국의 물가 상승세가 둔화되기는 했지만 주거비나 임금 상승 추세를 보면 아직 안도하기는 이르다”면서 “미 연준의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남아 있는 만큼 원·달러 환율도 추세적 하락보다는 당분간 1300원대를 오르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중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 자금은 1억 6000만 달러 순유입됐다. 7월 말 환율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2087억 원 규모다. 2월부터 5개월 연속 순유출 행진을 이어오던 외국인의 주식 투자금이 6개월 만에 순유입으로 전환된 것이다. 채권 자금도 35억 4000만 달러 순유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