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비핵화 협상 초기부터 경협…"R-FEP 가동, 北제재 부분완화도"

[尹대통령 8·15 경축사]

◆'담대한 구상' 구체화

☞R-FEP : 한반도 자원식량 프로그램

식량·의료·항만·공항 등 지원

경제서 군사·정치로 단계 확대

남북공동경제발전위원회 설립도

비난수위 높이는 北 반응 관건

전문가 "주변국 동참 끌어내야"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인 ‘담대한 구상’은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로 나아갈 경우 경제적 지원을 단계적으로 제공하겠다는 내용으로 요약된다. 무엇보다 남북이 비핵화 논의에 착수하는 동시에 남북 경제협력 프로그램이 가동된다는 점에서 기존의 단계적 비핵화에 따른 경제 지원 방식과는 차별화를 시도한 것으로 해석된다.

담대한 구상이 경제 중심의 보상·지원에 그친다는 문제 제기에 대해 대통령실은 경제 분야에서 시작해 군사 분야에서 긴장 완화 조치로 신뢰를 구축하고 마지막으로 정치 분야에서 평화 정착 단계로 마무리되는 ‘포괄적 구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북한은 그 단계에 맞춰 민생과 경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비핵화에 따라 북한에 식량, 의료, 송배전, 항만·공항 등의 지원을 단계적으로 제공하겠다는 내용으로 취임사 때부터 밝힌 북한 비핵화 로드맵인 담대한 계획을 이날 보다 구체화한 것이다.

경축식 직후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윤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에 대해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올 경우 초기 협상 과정에서부터 경제 지원 조치를 적극 강구한다는 점에서 과감한 제안”이라고 말했다. 김 차장은 “북핵 동결, 신고, 사찰, 폐기로 나아가는 단계적 비핵화 조치에 상응해 남북 경제협력을 위한 남북공동경제발전위원회를 설립해 가동할 것”이라며 “경제개발의 세 가지 분야에서 실효적이고 구체적인 사업들이 단계적으로 확대된다”고 설명했다.



분야별 지원을 보면 △인프라 구축 사업은 발전소·송배전 설비 현대화, 항만·공항 현대화 △민생 개선 분야는 농업 생산성 향상, 병원·의료 체계 현대화 △경제 발전 분야는 국제 투자 지원, 국제 금융 지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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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북한의 반응이다. 윤석열 정부가 대규모 경제 지원을 약속했지만 북한은 대남 비난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전승절 연설에서 윤석열 정부의 선제 타격 시도 등을 겨냥해 “강력한 힘에 의해 응징될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이런 배경에서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응 방안을 포함해 그동안 거론된 북한의 안보 불안감 해소 내용 등이 이날 담대한 구상에서는 제외됐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북한을 자극할 필요가 없어 담담하게 우리 제안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면서도 “억제(Deterrence)-단념(Dissuasion)-대화(Dialogue)의 3D는 유지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 실장은 “담대한 구상은 남북이 비핵화 논의 착수와 동시에 가동될 남북 경제협력 프로그램을 포함한다”며 “북한의 호응을 고대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호응은커녕 강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북한은 6일 대외용 주간지 통일신보를 통해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 구상(북한이 비핵화·개방에 나서면 대북 투자 확대 등을 통해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을 10년 내 3000달러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을 “적당히 손질한 것”이라며 “역사의 쓰레기통에 처박힌 것을 다시 꺼내 들었다”고 쏘아붙였다.

북한의 반응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비핵·개방·3000은 비핵화 합의를 전제로 행동과 행동의 교환을 의미했지만 담대한 구상은 정치와 군사를 포괄해 만나서 이야기하는 데 경제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 민생 개선 사업과 보건·의료, 식수, 위생, 산림 지원 등은 비핵화 방안을 논의하는 협상 초기 단계에서 아무런 조건 없이 먼저 시작하고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한국 정부는 유엔 제재 등의 부분 면제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뒀다. 해당 관계자는 “한반도 자원 식량 프로그램(R-FEP)을 가동해 북한의 자원을 한국과 국제사회가 활용하고 여기에 북한이 필요로 하는 식량과 생활 필수품을 지원하는 방식”이라며 “유엔의 제재 대상인 북한 광물 등을 유엔·미국과 논의하며 전향적인 조치들을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도 해당 사항에 대해 논의할 의향이 있다”며 “당사국 간에 평화 구축을 위한 예외 조항을 협의하면 가능한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 R-FEP는 과거 이라크 제재 당시 미국이 주도해 이라크 석유를 국제사회가 구매한 뒤 이라크가 필요로 하는 식량 자원을 공급하는 데서 착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은 과제는 실효성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미중·미러 갈등 속에 신냉전 구도가 형성돼 비핵화 협상을 포함한 한반도 평화 협상이 쉽지 않다”며 “담대한 구상을 보다 폭넓게 발전시키며 주변국들의 동참을 이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혔던 담대한 계획이 이날 담대한 구상으로 격상된 것과 관련해 대통령실은 “경제 계획, 군사 협력 계획, 정치 협력 계획 등을 총괄한 구상으로 이해해달라”고 했다.


송종호 기자·김남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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