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는 ‘싼퉁여우(三桶油)’라는 말이 있다. 3개의 기름통이라는 뜻으로 중국의 석유화학 산업을 주도하는 중국석유화공(시노펙)· 중국석유천연가스(페트로차이나)·중국해양석유(시누크) 등을 일컫는다. 이 가운데 국유기업이던 시노펙은 2000년 민영화와 동시에 뉴욕·홍콩·런던 증시에 상장됐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30.2% 증가한 2조 7400억 위안(약 525조 4772억 원), 순이익은 114% 늘어난 712억 1000만 위안(약 13조 6566억 원)을 기록하며 중국 최대의 에너지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 발표된 포춘 글로벌 500대 기업 순위에서 5위를 차지했다. 시노펙보다 위에 있는 미국 기업은 월마트(1위)와 아마존(2위)뿐이다. 엑손모빌 등 세계 유수의 에너지 기업을 제친 지 오래됐다.
중국은 하루 1000만 배럴 이상의 석유를 외국에서 사들이는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이다. 영향력이 크다 보니 중국의 에너지 기업은 해외에서 경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미국 에너지부는 4월 전략비축유 100만 배럴을 시노펙의 무역 부문인 유니펙에 판매하는 것을 승인했다. 미중 갈등이 심각한 상황에서 전쟁 등에 대비한 전략비축유를 사실상 적국인 중국에 넘기기로 하자 논란이 벌어졌다. 더구나 조 바이든 대통령의 차남인 헌터 바이든이 공동 설립한 사모펀드 회사가 시노펙의 일부 지분을 보유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뇌물 제공 등 불법행위가 있지 않았느냐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시노펙도 서방국들의 시선을 의식해 자세를 낮추기도 한다. 3월에는 러시아와 합작으로 천연가스 화학 공장을 건설하려던 프로젝트를 포기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서방국들이 대(對)러시아 제재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불똥이 튈 것을 염려했기 때문이다.
시노펙을 포함한 5개 중국 기업이 뉴욕증권거래소에 자진 상장폐지를 통보했다. 올 들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회계 기준 미달을 이유로 뉴욕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들을 대거 상장폐지 예비 명단에 올린 후 나온 조치다. 경제 분야에서 차이나 리스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우리가 중국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시장 다변화를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