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동향

[기고]소상공인·자영업자 채무조정 프로그램의 성공을 기원하며

이종국 한국자산관리공사 경영본부이사 (소상공인지원사무국장)

이종국 이사이종국 이사




모딜리아니·블룸버그·안도 등이 주장한 생애주기가설은 가계의 형성에서 소멸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에 걸쳐 각 단계별 가계의 소득, 소비 및 저축간의 상관관계를 설명하면서 사회초년기에는 부채를 부담하게 되고 중년에는 소득이 지출을 넘어서 부채상환과 저축을 하게 되며 노년에는 저축을 사용한다는 것을 주장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가계의 소득, 부채 및 부의 변동성처럼 국가경제 역시 호황기를 누리다가 침체기에 빠지기도 하며 때로는 위기의 상황으로 치닫기도 한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현재진행형인 코로나 경제위기를 고려한다면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주장하고 있는 경제위기 10주기설을 부정할 수 없다. 즉 합리적인 가계경제가 특정시기에는 소득보다 소비가 많더라도 차입과 저축을 적절히 활용하는 소비평탄화 과정을 통해 효용을 극대화 하는 것처럼 국가경제 관점에서도 비록 특정계층이 특정 시기에 더 많은 소비와 부채가 이뤄지더라도 국가경제 전체 관점에서 소비평탄화 과정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3년 카드대란 사태 발생시에 소득이나 신용이 낮아 금융채무를 갚지 못하거나 부실화 가능성이 있는 금융취약계층의 채무를 신속히 정리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었다. 이후 2013년 금융소외계층 폭증상황을 마주하면서부터는 금융취약계층의 실패가 당사자만의 책임이 아닌 사회적 경제적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에서도 비롯된다는 인식과 함께 보다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을 통해 금융채무불이행자들의 경제적 복귀를 지원하는 것이 더 큰 사회적 편익을 얻을 수 있다는 사회적 컨센서스도 확보하게 됐다. 우리는 국가경제 호황과 불황 사이를 오가며 경제순환 주체로부터 이탈하거나 이탈할 우려가 있는 금융취약계층의 필연적 발생과 이에 대한 지원 필요성이라는 교훈을 얻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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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금융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와 시장 경제를 보완하기 위한 많은 노력으로 캠코를 위시한 국내 정책금융 지원 기관들은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정책금융시스템 을 갖추게 되어 시장의 기능을 상시적으로 보완하고 금융취약계층의 안전망으로써 경제선순환 구조를 회복시키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2년 이상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겪으며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금융부채는 961조원까지 늘어났고 고물가에 따른 재료비 상승 및 기준금리 인상 등이 연쇄적으로 이어지면서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 이후 정상영업을 꿈꿔오고 있던 그들은 다시금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특히 소상공인·자영업자는 여러 금융회사로부터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의 비중이 매우 높아 국가 전체의 금융부실 뇌관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기 때문에 선제적인 조치가 절실한 상황이다. 다만 이러한 사업환경 악화가 그들만의 책임이 아닌 코로나 방역정책 협조 등으로 인한 비경상적 시장충격에 기인하기에 정책적 지원을 통한 보호가 요구되고 있는 것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최근 정부에서는 코로나 피해로 재산이나 수입이 없어 상환 능력의 부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긴급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을 준비 중에 있다.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채무부담을 완화시켜 정상적 영업을 재개 할 수 있도록 실질적 재기를 돕기 위해서다.

새출발기금 운영기관인 캠코는 자격요건에 따른 촘촘한 대상자 선정을 위해 정책금융기관들과 신용·공공정보를 공유하고 재기를 지원하게 될 연계시스템을 구축함은 물론 전국 76여개의 상담창구를 통한 현장지원, 그리고 비대면 서비스를 활용한 홈페이지·앱 등 웹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신청·접수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막바지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은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을 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경제적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 작금의 상황에서 오는 10월에 출범 예정인 새출발기금이 그들에게 하루 속히 한줄기 빛이 되어 위기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게 되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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