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가 16일 ‘기소 시 당직 정지’ 당헌을 결국 개정했다. 소득 주도 성장 등의 문구를 삭제하기로 해 ‘문재인 정부 지우기’ 논란이 일었던 강령 개정안도 의결됐다. 같은 시간에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를 두고 격론이 벌어지는 등 당헌·강령 개정을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전준위는 이날 국회에서 마지막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당헌·강령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당헌 80조 1항의 ‘부정부패 관련 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할 수 있다’는 내용이 ‘하급심에서 금고 이상의 유죄판결을 받은 경우 직무를 정지한다’로 바뀌었다.
전용기 전준위 대변인은 “하급심이란 1심을 가리킨다”며 “(1심에서 유죄가 나오더라도) 2심이나 최종심 등 상급심에서 무죄나 금고 이상의 형이 아닌 판결이 나올 경우에는 직무 정지의 효력을 상실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정치 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중앙당윤리심판원의 의결을 거쳐 징계처분을 취소 또는 정지할 수 있다’는 80조 3항에는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징계처분을 취소 또는 정지할 수 있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약 30일이 소요되는 윤리심판원의 조사 기간 동안 당무가 중지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최고위 차원의 자체 조사가 가능하게 한 것이다.
강령에서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이었던 소득 주도 성장, 1가구 1주택 등의 표현을 삭제하거나 대체하는 개정안도 의결됐다. ‘소득 주도 성장’ 대신 ‘포용 성장’을, ‘1가구 1주택’ 대신 ‘실소유자, 실거주자’로 표현을 바꿨다.
전준위에서 해당 안건을 처리하는 동안 의총에서는 이를 둘러싼 공방이 오갔다. 앞서 당헌 80조 개정은 유력한 당권 주자인 이재명 후보를 지키기 위한 ‘방탄용 개정’이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여왔다.
박용진 당 대표 후보는 의총에서 “당헌 80조 개정 관련 논의가 괜한 정치적 자충수가 되고 당의 도덕적 기준에 대한 논란을 가져오게 되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 ‘비명(비이재명계)’ 설훈·전해철 의원 등도 개정 반대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양이원영 의원은 “도덕 정치를 그만해야 한다. 우리가 성직자를 뽑는 게 아니지 않느냐”며 당헌 개정을 주장했다.
3선 의원들은 긴급 간담회를 열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원욱 의원은 회의 후 “지금 이 논의가 이뤄지는 것은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는 것에 공통의 의견이 모아졌다”고 전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뤄지는 개정이 ‘이재명 방탄’ 논란을 피해갈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취합된 의견은 한정애 비대위원이 17일 비대위원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전준위에서 의결된 당헌·강령 개정안은 17일 비대위에서 논의된다. 이후 당무위원회와 중앙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효력이 발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