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바닥을 마주친다는 것


- 김황흠


길바닥과 발바닥이

서로 사정없이 치고

미련 없이 뗀다

연거푸 치고 떼며

더 끈덕지게 달라붙는다

치고받는 바닥

끝까지 마주치는 일은 죽어서야 끝나는 일

날마다 부대끼며 살아도 막상 보면



허깨비 보듯 살아온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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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마주치고 온

길바닥이 텅 비었다

누구를 바라보는 여물진 마음 가져 보지 못한

내 발도 가는 길도

저마다 바닥이 있다

바닥끼리 만나도 치고받는구나. 발바닥이 길바닥을 치면, 길바닥이 발바닥을 찌르는구나. 그러나 저것은 둘 사이의 대화요, 사랑의 방식인지도 모른다. 길바닥은 발바닥으로 인해 더 평평해지고, 발바닥은 길바닥으로 인해 굳은살을 얻는다. 발바닥 없는 길바닥은 잡풀 돋아나고, 길바닥 벗어난 발바닥은 고생길로 접어든다. 미덕을 지닌 것을 높다고 할 수 있다면, 바닥은 바닥이라서 높다. 만물을 실어주고, 넘어진 이가 다시 일어서도록 받쳐주기 때문이다.

-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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