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김대일 칼럼]위기의 교육과 암울한 미래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4차 산업혁명을 겪으며 국제 경쟁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하던 시대는 지나가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창의성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면 곧바로 퇴출되는 것이 일상인 시대가 되었다. 세계는 하나의 거대한 시장으로 통합되었고, 소수의 기업이 세계 시장을 독식하는 수퍼스타 마켓(superstar market) 현상도 확산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페이스북 등 ICT 기반 산업 뿐 아니라 전기차와 반도체·스마트폰을 비롯한 제조업에서도 한 두 개의 기업이 세계 시장을 장악하는 추세가 진행 중이다. 모든 분야에서 1등만 알아주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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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반도체와 휴대폰·자동차·배터리 등의 분야에서 세계 최강자를 배출했고, 전 세계에 대한민국을 경제 대국으로 각인시키는 업적을 이루었다. 그러나 샴페인을 터뜨리기에는 너무도 이르다. 애플과 삼성의 스마트폰이 약진하는 이면에는 노키아와 모토롤라의 소리 없는 몰락이 있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혁신에 미적거리던 휴대전화 최강자들이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등장에 속절없이 무너져 버린 것이다. 이 시대의 혁신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낙오의 결과가 얼마나 무서운지 섬뜩할 뿐이다.

혁신 경쟁에서 앞서 가려면 뛰어난 실력을 갖춘 창의적인 인재가 핵심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1등만 알아주는 세상에서, 1등 인재를 잘 키우는 나라와 기업이 승자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는 어떠한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의 가장 최근(2018년) 평가결과를 보면 우리 학생들은 언어와 수학 및 과학 영역에서 모두 상위권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2006년 이후 모든 영역에서 성적이 하락하고 있는 7개 국가 가운데 하나이며, 그 가운데서도 하락추세가 가속화되고 있는 유일한 나라이다. 일례로 수학의 상위권 학생 비중은 2012년 30.9%에서 2018년 21.4%로 급락하기도 했다. 반면 일본은 수학과 과학에서 우리보다 앞서 있고, 중국은 비록 베이징·상하이장쑤성 및 저장성만 평가했다고 하지만, 2018년 모든 영역에서 압도적인 1등을 차지하고 있다.

국내 학업성취도 평가에 의하면 문재인 정부 5년간 보통 학력 비율이 전 과목에서 10% 포인트 하락했다고 한다. 1등 인재는 차치하고 아예 보통 조차도 제대로 못 키우고 있는 것이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1등 인재를 요구하는 시대적 요구를 외면하고, 평등주의 이념에 매몰돼 구시대적 매너리즘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교육 정책을 감안하면 별로 놀라운 결과도 아니다. 교육 현장에서 “학생의 개성을 살리는 참교육”은 찾기 어려운 반면, 공교육 부실을 사교육 탓으로 돌리는 목소리는 여기저기서 매우 우렁차다. 사교육을 줄인다는 명분으로 누더기를 만들어 버린 입시제도 덕택에 사교육 시장은 날로 번성하고 있고, 학교는 어릴 때 컴퓨터에 매료된 아이가 컴퓨터 천재로 클 수 있는 곳이 아니라, 내신 성적을 볼모로 잡혀 주입식 교육이 시키는 대로 따라할 수밖에 없는 곳이 되어 버렸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자사고 폐지를 시작으로 어떻게든 최고를 끌어내리겠다는 소위 진보 교육감들은 여전하다. 자유와 성장을 기치로 내세운 새 정부의 교육개혁에 희망을 걸어 보았지만, 만 5세 초등학교 입학 정책, 외고 폐지론 등 본질을 벗어난 내용에 그저 허탈할 뿐이다. 우리는 세계 최고들과 경쟁해야 할 아이들에게 언제까지 총칼도 없이 전장으로 나가라고 방치할 것인가? 아무리 무사안일과 구시대적 이념대립에 매몰되어 있는 어른들이라지만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이렇게까지 무책임할 수 있는가? 지금이라도 교육부의 만성적 현실 외면과 위기 불감증을 제대로 혁파하는 개혁이 필요하다. 아니면 우리 아이들은 중국과 일본에 경제적으로 예속된 암울한 미래를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출산율이 왜 급락했는지 이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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