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공정거래 관련 법을 위반한 사업자에 부과한 과징금이 1조 원을 넘었다. 그 중 90% 넘는 금액에 대해서는 사업자들이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과징금 규모가 커지자 기업들이 공정위의 처분에 순응하기보다 법정 다툼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와 공정위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은 1조 83억 9000만 원이다. 전년(3803억 4300만 원)의 3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이전까지 공정위의 연간 과징금 부과액이 1조 원을 넘은 것은 2017년(1조 3308억 2700만 원)이 유일했다.
지난해 과징금 부과 처분에 대한 행정소송이 제기된 과징금의 규모는 9466억 8500만 원으로 전체 과징금의 93.9%에 달했다. 이전 연도에 부과됐다가 취소 후 재산정됐으나 지난해 다시 소송이 제기된 과징금도 포함된 금액이다.
시정권고·시정명령·과징금 등 행정처분 전체에 대한 소송 제기 비율(건수 기준)은 26.8%였다.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과징금 부과액 대비 소송 제기 금액 비중보다는 낮다. 과징금은 기업에 직접적인 경제 부담으로 작용하는 만큼 소송 비용을 들여서라도 처분의 타당성을 따져보려는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공정위가 각종 소송 대응에 쓴 비용은 31억 6000만 원이다. 변호사 선임료(착수금 16억 5800만 원, 성공보수금 11억 9200만 원)로 28억 5000만 원을, 원고 측 소송비용 배상으로 3억 1000만 원을 썼다.
공정위가 소송 패소 등으로 기업에 환급한 과징금은 2016년 2979억 원, 2017년 2432억 원, 2018년 1416억 원, 2019년 2327억 원, 2020년 98억 원, 2021년 92억 원이다. 이자 성격의 환급가산금은 2016년 325억 원, 2017년 81억 원, 2018년 27억 원, 2019년 188억 원, 2020년 35억 원, 2021년 11억 원이다.
대기업집단의 계열사 부당 지원, 총수 일가 사익편취 등을 집중 조사해 ‘재벌 저승사자’로 불리는 공정위 기업집단국은 지난해 9건의 법 위반 행위에 2851억 34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는 2017년 기업집단국 신설 이래 최대 규모로 전년(1241억 6500만 원)의 2배를 웃돈다. 삼성웰스토리에 계열사 급식 물량을 몰아준 삼성 계열사들에 2349억 2700만 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한 것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지난해까지 5년간 기업집단국이 조사해 과징금을 부과한 사건은 25건, 총 과징금 규모는 4560억 9100만 원에 이른다. 다만 기업 친화 정책을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에서는 기업집단국의 위상이 예전만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음 달 30일이면 평가 기간이 만료되는 기업집단국 내 지주회사과도 폐지가 유력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