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004170)그룹이 광주 어등산 부지에 호남권 최초 스타필드 건립을 추진하는 한편 기존 광주신세계(037710)를 업그레이드해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브랜드가 입점한 랜드마크 백화점으로 새롭게 선보인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신세계의 ‘스타필드·백화점 개발 동시 추진’ 프로젝트는 앞서 ‘더 현대 서울’의 광주판으로 호남 깃발 꽂기 선공에 나선 현대백화점(069960)그룹에 대한 맞불이다. 롯데쇼핑(023530) 역시 현재 광주 복합쇼핑몰 후보지를 다수 검토하며 출점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어 유통 빅3의 ‘광주 복합쇼핑몰 대전’은 한층 뜨겁게 펼쳐질 전망이다.
2015년에 꺾인 ‘복합몰’ 꿈…다시 도전
신세계는 쇼핑·문화·레저·엔터에 휴양까지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는 체류형 정통복합쇼핑몰 ‘스타필드 광주(가칭)’를 개발하겠다고 17일 밝혔다. 신세계가 복합쇼핑몰 유치를 위해 들고 나온 비장의 카드는 ‘백화점 동시 개발’이다. 기존 광주신세계를 대폭 확장해 ‘광주신세계 아트 앤 컬처 파크(Art & Culture Park)’로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신세계 서울 강남점의 ‘고품격’, 부산 센텀시티점의 ‘매머드급 규모’, 대전점의 ‘복합문화예술공간’ 등 전국 각지 지역 대표 점포의 장점을 결합한 ‘미래형 프리미엄 매장’을 표방하며 내년 착공 예정이다. 현재 영업 중인 광주신세계와 이마트 부지 외에도 인근 보유 부지를 더해 규모를 키울 계획으로 총 영업면적은 16만 330㎡에 달한다. 특히 신세계는 이곳에 광주·호남 지역 최초로 럭셔리 브랜드 3대장인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가 입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현재 광주 지역 유일의 루이비통, 보테가베네타, 생로랑, 몽클레르 등을 포함한 530여 개 브랜드를 두 배가량 확대해 총 1000여 개 브랜드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호남에도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한 곳에
신세계는 1995년 첫 백화점 지방 출점지로 광주를 선택, 별도 법인(광주신세계)을 설립하고 28년간 사업을 펼쳐왔다. 2015년 광주신세계 주변 부지에 한차례 복합몰 건립을 추진했으나 소상공인과 정치권의 갈등이 얽혀 끝내 무산됐다. 이동훈 광주신세계 대표는 “28년간 현지법인으로 함께 성장해온 지역 대표 기업으로서 기존 광주신세계의 가치를 계승하고, 차별화된 콘텐츠와 브랜드로 가득 채운 지역민들이 원하는 명소를 가장 빠르게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스타필드 광주에는 300여 개 이상의 다양한 브랜드와 도심형 워터파크, 체험형 스포츠시설 등을 선보일 계획이다. 신세계는 ‘국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복합쇼핑몰 스타필드를 운영해 온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호남 최고의 쇼핑 테마 파크 개발에 자신감을 보였다. 현재 어등산 부지를 놓고 광주시와 서진건설 사이에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법적 분쟁이 마무리되면 오는 2024년 하반기 착공해 2027년 스타필드 광주를 오픈한다는 계획이다.
신세계는 이번 동시 개발 추진이 가져올 고용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강조했다. 스타필드의 경우 광주 현지법인을 세워 지역민 우선 채용으로 3만 명의 직간접 고용을 창출하고, 백화점은 2만 5000명의 직간접 일자리를 만들 것으로 추산했다.
현대·롯데도 ‘최강 카드’ 검토…尹 공약 현실로
신세계에 앞서 현대백화점은 지난 7월 광주 북구 일대 옛 전남방직·일신방직 공장 부지 약 31만㎡에 문화복합몰 ‘더 현대 광주(가칭)’를 출점하는 내용의 추진안을 발표한 바 있다.
대형 유통사들의 이 같은 광주 구애는 도시의 규모에 비해 낙후된 여가 인프라에서 기인한다. 광주는 인구 150만 명의 대도시이자 전남·북을 포함한 쇼핑 인구가 700만 명에 달하는 대형 상권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지역에 비해 유통·엔터테인먼트 인프라가 부족해 주민들이 인근 도시로 ‘원정 쇼핑’ 가는 일이 잦았다. 주요 대기업이 복합몰이나 대형 매장 출점을 시도한 적이 있지만, 번번이 지역 사회나 소상공인, 정치권의 반대에 부닥쳐 계획을 포기해야 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광주 유세 때 복합몰 유치를 지역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