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7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0% 증가했다고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이는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0.1%를 소폭 밑돈 수치다. 1~4월 증가세를 보이던 소매판매는 5월 감소세로 돌아섰으나 6월 다시 1.0% 상승하며 증가세로 전환한 바 있다. 자동차를 제외한 소매판매는 전월비 0.4% 증가하며 전망치(-0.1%)를 크게 웃돌았고 자동차와 에너지를 제외한 소매판매 수치도 0.7%로 전망치(0.4%)를 넘어섰다. 6월 소매판매는 기존 1.0%에서 0.9%로 수정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WSJ에 "7월 휘발유 가격이 크게 떨어진 것이 다른 부문에서의 지출을 일으켰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소매판매가 다소 주춤하면서 경기 둔화에 대한 논쟁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WSJ은 "미국 경제는 2개 분기 연속 위축됐는데 최근 나온 경제 지표는 3분기 성과에 대해 서로 엇갈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 미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GDP)은 -1.6%(이하 연율 기준), 2분기는 -0.9%로 두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면서 기술적 경기침체 국면에 접어든 바 있다.
소매판매 외에도 현재 미국 경기가 둔화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는 꾸준히 나오고 있다. 부동산시장이 대표적이다. 전날 발표된 7월 주택착공건수는 144만6000건으로 6월 착공건수(155만9000건) 대비 9.6%나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7월 착공건수가 152만7000건으로 전월 대비 2.1%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이를 크게 밑돈 것이다. 7월 건축허가 건수도 167만건으로 전월 대비 1.3%나 줄었다.
7월 소매판매 지표가 예상을 약간 밑돌면서 일각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부진한 소매판매는 경기침체에 대한 신호로 볼 수 있는만큼, 6월과 7월 두 달 연속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금리인상)을 밟은 연준이 앞으로도 공격적인 긴축 행보를 유지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될 것이라는 평가다. 지난 10일 발표된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8.5% 상승하며 전망치(8.7%)와 6월(9.1%)을 밑도는 등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금리인상 속도 완화에 대한 기대감도 이미 커진 상태다.
다만 탄탄한 고용시장이 이 같은 경기둔화 우려를 반박하고 있는데다 이날 발표된 영국의 7월 CPI가 전년 동기 대비 10.1% 상승하며 전망치(9.8%)를 넘어서는 등 전 세계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가시지 않은 점은 연준의 긴축 행보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7월 영국의 CPI는 1982년 2월 이후 최고치"라며 "영국 중앙은행(BOE)이 1995년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며 1.75%로 올렸지만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해 10월 인플레이션이 13.3%로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