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핀테크 다음은 '이것'…유니콘 직방이 바꿀 부동산 생태계는?[인더뷰]

이강식 직방 부사장 인터뷰 “기술로 공간의 경험을 혁신할 것”

부동산 여전히 대면거래 중심이지만… “디지털 전환이 더 많은 정보 제공”

집 다음 영역은 '오피스'…“일하는 공간의 혁신 역시 직방이 할 일”






대개 사람들은 부동산을 ‘발품’이라고 생각한다. 직접 가서 내가 매수할 혹은 거주할 집을 들여다보는 과정은 오랜 시간 부동산 거래에서 필수불가결하게 여겨졌다. 이런 고정관념은 가상현실(VR)이라는 기술이 세상에 등장하면서 깨지기 시작했다. 발품을 팔지 않아도 집을 볼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 이를 프롭테크(proptech)라고 부른다. 프롭테크는 부동산(Property)에 기술(Technology)를 결합한 서비스다. 부동산 관련 서비스에 빅데이터나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 기술을 입혀 디지털 전환시키는 것. 이를 통해 폐쇄적이고 비대칭적인 부동산 거래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인다. 그리고 국내에서 이 프롭테크를 선도하고 선점한 기업이 바로 ‘직방’이다.


이강식 부사장, “프롭테크, 핀테크처럼 급격하게 성장할 영역”


최근 서울 마포구 직방 합정 라운지에서 어썸머니 인더뷰(In the view) 팀과 인터뷰한 이강식 직방 부사장(CSO)은 “한동안 주목 받았던 핀테크처럼 급격하게 성장할 영역”이라며 '프롭테크에 대해 설명했다. 이 부사장은 “부동산 산업은 아직도 오프라인과 사람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어 성장할 여력이 충분하다”며 “프롭테크는 기술을 기반으로 집이라는 공간을 더 좋은 경험으로 바꾸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직방은 지난해 7월 국내에서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기업만 해당되는 ‘유니콘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유니콘에 선정된 지 1년 만인 최근에는 산업은행 등으로부터 총 1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2조5000억 원 규모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기도 했다. 기업의 몸값을 1년 사이에 두 배로 키운 데는 원룸·투룸 중개 뿐 아니라 아파트 중개, 신축 분양, 스마트홈, 가상 오피스에 이르는 폭넓은 사업 포트폴리오가 큰 역할을 했다. 부동산 매물 중개 플랫폼에서 ‘종합 부동산 플랫폼’으로 탈바꿈 한 것. 특히 직방은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프롭테크’ 시장을 선점해 이끌고 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FMI에 다르면 2022년 기준 프롭테크 시장 규모는 182억 달러(한화 약 24조원) 규모다. 지난 2013년에는 4억7500만 달러에 불과했지만 시장은 매해 평균 2배 가까이 성장하는 중이다. 부동산 중개, 공유오피스 등에서 프로젝트 개발 및 자금조달 등이 빠르게 성장한 덕분이다.

중개라이브·모바일 모델하우스…비대면 부동산 거래에 신뢰 더해




하지만 아직까지는 국내에서 프롭테크는 낯선 용어인 게 사실이다. 부동산 거래는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찾아 거래 상대방과 중개인을 직접 보고 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 탓이다. 이는 신뢰의 문제와 연결된다. 직방을 비롯한 여러 프롭테크 기업이 비대면 부동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시장이 커가는 속도가 아직 더딘 이유다. 그러나 직방은 오히려 이같은 시공간적 제약에서 기회를 찾고있다. 실제와 가까운 부동산 매물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부동산 거래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시공간적 제약에서 벗어나 더 쉽고 편하게 거래할 수있도록 하는 것. 바로 중개 라이브 서비스다. 중개 라이브는 직방의 자회사인 ‘온택트 부동산 중개 파트너스’가 지원하는 서비스로 라이브에 참여해 비대면으로 부동산 매물을 볼 수 있도록 한다. 이 부사장은 “중개 라이브를 통해 고객이 실제로 현장에 가지 않더라도 매물 검색부터 상담, 계약까지 가능하다”고 설명하면서 “중개 라이브 이용자의 서비스 만족도가 굉장히 높은데 시공간적 제약 없이 핸드폰만 있다면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라고 분석했다.

모바일 모델하우스/직방모바일 모델하우스/직방



실제로 부동산 사업에서는 오히려 디지털 전환이 대면 서비스보다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직방이 제공하는 3D 기술을 활용한 ‘모바일 모델하우스’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아파트 분양에 있어서 모델하우스는 고객이 의사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그렇기에 건설사들은 필수적으로 실물 모델하우스를 건립해왔는데 직방이 이를 모바일로 옮겨온 것이다. 실물이 아닌 모바일 모델하우스라는 점에서 제공 받을 수 있는 정보가 한정적이지 않을까. 이 부사장은 이같은 지적에 대해 “거꾸로 보면 현장 모델하우스가 더 한정적이다”라고 답했다. 1,000세대 규모 아파트 단지의 경우 통상적으로 10개 이상의 타입이 존재하는데 현장 모델하우스의 경우 물리적 공간과 비용 문제 탓에 모든 타입의 모델하우스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대표적인 타입 몇 개만 만들기 때문이다. 이 부사장은 “모바일 모델하우스의 경우 모든 타입의 모델하우스를 3D 기반으로 정교한 가상 공간을 구축한다”며 “오히려 모바일 모델하우스가 고가의 자산 구매를 결정하는데 더 많은 정보를 경험할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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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방의 삼성SDS 홈 IoT 부문 인수/직방직방의 삼성SDS 홈 IoT 부문 인수/직방


중개 뿐 아니라 부동산 거주 경험을 개선하는 것도 직방의 주요 과제 중 하나다. 직방은 이를 위해 지난달 삼성SDS의 홈IoT 부문을 인수하기도 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스타트업이 대기업의 사업 부문을 인수한다는 점에서 무리한 투자가 아니냐는 반응도 있었다. 하지만 직방 측은 이에 대해 스마트홈을 통한 거주 경험 개선이라는 한 단계 높은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필수적 전략이었다고 설명한다. 현재는 부동산 중개 서비스를 주력으로 하지만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만큼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 부사장은 “직방은 이전에도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서 관리비를 신청하거나 주차 서비스를 받는 등 소프트웨어에 집중한 스마트홈 서비스를 집중해 왔다”며 “이를 서비스할 하드웨어가 부족했는데 삼성SDS의 홈 IoT 사업 부문을 인수하면서 문제를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인수를 통해서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도어락이나 월패드와 같은 다양한 디바이스를 결합할 수 있는 진정한 스마트홈 사업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다음 목표는 일하는 공간 혁신…테크를 통해 공간을 더 좋은 경험을 바꿀 것”


직방이 가장 집중하는 사업은 ‘집을 찾는 경험’, 즉, 부동산 중개 경험의 개선이다. 향후 3년간 직방의 수익을 담당할 가장 중요한 분야다. 이 부사장은 “매물 검색, 상담, 계약 세 가지 과정을 모두 디지털화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미 부동산 매수자 중 상당수는 ‘직방’ ‘호갱노노’ 등 앱을 통해 매물을 검색하고 있다. 매물 검색은 절반 이상 디지털 전환이 이뤄졌다고 해도 무방하다. 여기에 직방은 디지털 기술을 통해 부동산 매물을 실제와 가깝게 구현하는 서비스에도 집중하고 있는 만큼 높은 수준으로 디지털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 다만 ‘부동산 계약’이라는 마지막 단계가 넘어야 할 산이다. 부동산 계약은 거래액이 큰 만큼 관련된 법과 절차가 까다로워 대면 계약이 여전히 중심이기 때문이다. 이 부사장은 이 과정 역시 IT 기술을 통해 계약의 신뢰성을 개선하고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직방은 부동산 계약과 관련해서 클라우딩 시스템을 도입한 전자 계약을 통해 디지털화 할 수 있는 부분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소마/직방 제공소마/직방 제공


집 다음 직방의 활동 무대는 어디일까. 직방이 최근 새롭게 출시한 가상 오피스 ‘소마(Soma)’에 답이 있다. 지난 5월 정식 출시된 소마는 재택 근무 제도를 돕기 위한 협업 도구 중 하나로 메타버스에 위치한 가상 사무 공간을 대여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소마 안에는 업무를 위한 본관과 3000명까지 수용 가능한 컨벤션 센터가 자리해있다. 직방은 코로나19 기간 재택근무하는 임직원의 소통을 돕기 위해 소마를 자체 개발했다. 당초 소마는 직방 내부에서만 사용됐지만 최근 정식 출시를 통해 직방을 포함한 20여 개의 국내외 기업들이 입주해 잇다.

다양한 근무 형태를 지원하는 서비스라는 점에서 눈 여겨볼만 하지만 기존의 직방 사업 포트폴리오와 쉽게 어우러지지 않는다는 의문이 남는다. 이에 대해 이 부사장은 “종합 프롭테크 기업인 직방의 가장 큰 비전은 기술로 공간의 경험을 혁신하는 것”이라며 “일하는 공간에 대한 혁신 역시 직방이 해야 할 일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의 많은 기업들도 소마를 쓰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현재 직방은 소마의 활성화를 위해 고객사에 서비스 이용료를 받지 않고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정현정 기자·김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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