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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1년 앞선 결단’…조창걸, 한샘 매각 타이밍 빛났다

조 회장측 주당 22만원에 매각해 1.4조 넘게 챙겨

경기 침체에 한샘 상반기 영업익 급감·주가도 추락

인수측 IMM·롯데 컨소, 한샘 실적 개선 '총력전'

올 회사 매각 시동 건 일진그룹 오너家와 대조도

한샘 본사 사옥./ 한샘 제공한샘 본사 사옥./ 한샘 제공




최근 주택 경기 부진 등으로 가구·인테리어 사업이 타격을 입으면서 조창걸 한샘(009240) 명예회장이 지난해 한 발 빠르게 회사를 매각한 결단이 투자은행(IB) 업계의 조명을 받고 있다. 한샘의 실적이 급감하는 데 올 들어 시중 금리마저 빠르게 오르며 기업 인수·합병(M&A) 시장도 얼어붙고 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이 매각한 지분은 경영권이 포함돼 있어도 30%가 되지 않았는데 현재 한샘의 시가총액 보다 많은 1조5000억원에 육박했다.



한샘은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121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동기 대비 77% 감소했다고 최근 공시에서 밝혔다.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주택 거래 절벽 상황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원자재 가격 급등도 가구·인테리어 업계의 실적 하락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특수를 누린 인테리어 부문 수요도 사실상 자취를 감춘 때문이다.

조 회장은 지난해 7월 한샘 매각에 나서 본인(15.45%)과 특수관계인 7명 등의 지분 27.7%를 IMM 프라이빗에쿼티(PE)에 올 초 매각을 완료했다. 인수 결정 당시 IMM PE는 주당 가격을 약 22만원으로 책정하고 매매대금 1조4513억 원을 투입했다. 롯데쇼핑(023530)이 전략적 투자자로 인수에 참여해 2995억 원을 책임졌다.



양측이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지난해 7월 한샘 주가는 10만 원을 소폭 상회했지만 인테리어 사업이 각종 시너지를 만들며 몸값이 급등해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주가의 두 배 가까운 가치가 책정된 것이다. 한샘 주가는 18일 코스피에서 5만 5000원대에 거래되고 있어 조 명예회장이 최고의 타이밍에 회사를 팔고 나갔다는 얘기가 투자업계에서 새삼 회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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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인테리어 실적이 고공행진을 이어갔고 인수금융 금리도 낮아 한샘을 팔기에는 가장 좋은 시기였던 것 같다"면서 "금리 인상 등으로 수개월 만에 시장 상황이 급변하자 조창걸 회장의 ‘엑시트 타이밍’을 호평하는 이야기들이 나온다"고 전했다.

실제 최근 인수금융 금리는 최근 치솟고 있다. 지난해 선순위 금리가 3~4% 수준이었는데 올 상반기 7%대까지 급등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은행이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이 확실시돼 8%대 금리 진입도 시간 문제라는 분석이다.

인수금융 금리가 높아지면 당장 투자자 내부수익률(IRR)이 영향을 받는다. 기업 인수에 필요한 대출 이자가 늘면 배당금 등 투자자가 가져갈 수익은 줄기 때문이다. 보통 기관들은 연 8% 수익률을 기준으로 삼고 자금을 집행하는데, 예상 IRR이 낮아지자 M&A 시장은 급격히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재편되고 있다.

조 회장 지분을 고가에 넘겨 받은 형국이 된 IMM PE는 한샘의 경영 성과를 정상화 시켜야 하는 숙제부터 안게 됐다. 전략적투자자로 참여한 롯데쇼핑이 총력전을 펴며 충분한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백화점·마트 등 유통업에서 롯데의 강점을 십분 활용해 한샘의 실적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IB업계 일각에선 한샘 매각 사례가 최근 계열사 매각을 추진중인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 일가와 대조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일진그룹은 일진디스플레이와 일진머티리얼즈(020150) 등 핵심 계열사 두 곳을 매각하기로 하고 최근 원매자를 확보하고 있다. 특히 일진머티리얼즈의 경우 한샘처럼 지난해 매각에 시동을 걸었다면 한결 높은 몸값을 받으면서 인수전이 달아올랐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제기된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 해는 작년과 비교해 기업을 팔 때 제 가격을 받기 힘든 시장 상황" 이라며 "좋은 기업일 수록 매각 측과 매수 측 눈높이를 맞추기 쉽지 않아 일진머티리얼즈 딜은 난항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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