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 회사 아람코에서 발주한 자푸라 천연가스전 열병합발전소 개발 사업을 따냈다. 수주 규모는 최대 6억 달러(약 8000억 원)로 한전의 해외 열병합발전소 수주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전은 이번 일을 계기로 사우디가 추진 중인 12조 원 규모의 원자력발전 수주 경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18일 에너지 업계 등에 따르면 한전이 아람코가 발주한 자푸라 천연가스전 열병합발전소 개발 사업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이 사업은 사우디 수도 리야드 동쪽 400㎞에 있는 자푸라 천연가스전에 2025년까지 320㎿의 전기 용량, 315톤/hr 증기 용량의 열병합발전소를 건설·운영하는 것이 뼈대다.
열병합발전소 개발 사업의 총규모는 최대 6억 달러로 추산된다. 2020년 최초 입찰 당시만 해도 계약 규모는 4억 5000만 달러였지만 코로나19를 이유로 입찰이 취소됐다가 지난해 재개되는 과정에서 사업비가 커졌다. 완공 이후 운영도 한전이 담당하는 만큼 한전이 자푸라 열병합발전소 개발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1조 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올해만 30조 원의 적자가 예상되는 한전 입장에서는 가뭄의 단비 같은 수주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사우디 원전 사업 수주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는 5월 우리나라를 비롯해 프랑스·중국·러시아 등 4개국에 12조 원 규모의 원전 건설 의사를 타진하는 입찰참여요청서를 보냈다. 우리로서는 자푸라 가스전 수주를 계기로 사우디와의 접점을 늘릴 수 있어 원전 수주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특히 10월 말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방한이 예정된 만큼 원전 건설 프로젝트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앞서 기후가 비슷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을 성공적으로 건설하며 기술력을 검증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