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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다방] '우영우'만큼이나 이상했던 변호사 이야기…'세상을 바꾼 변호인'

실화 바탕 영화 '세상을 바꾼 변호인' 리뷰

미국 전 연방대법관 긴즈버그 이야기



직접 맛보고 추천하는 향긋한 작품 한 잔! 세상의 OTT 다 보고 싶은 ‘OTT다방’


영화 ‘세상을 바꾼 변호인’ / 사진=CGV아트하우스영화 ‘세상을 바꾼 변호인’ / 사진=CGV아트하우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극본 문지원/연출 유인식, 이하 '우영우')가 종영을 맞았다. '우영우'는 신생 채널 작품으로는 경이롭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자체 최고 시청률 15.8%를 기록하며 드라마 역사에 새로운 자취를 남겼다. 다양한 신드롬과 함께 장애인 고용은 물론 아동 인권, 돌고래 방류 문제까지 사회의 쟁점들을 폭넓게 다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실에도 '이상한' 변호사가 있었다. 지난 2020년 작고한 미국 전 연방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긴즈버그는 일생 전반에 걸쳐 미국 사회의 소수자 인권 보호와 양성평등을 위한 판결을 이끌었다. 특히 다른 법관들의 판결이 차별적이라고 느끼면 "나는 반대한다(I dissent)"라고 말하며 각성을 촉구했던 그의 모습은 많은 이들의 존경과 지지를 받았다.

긴즈버그의 감동적인 스토리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로 제작됐고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우리나라에 개봉된 영화 중에선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 나는 반대한다'(감독 벳시 웨스트)와 오늘 다룰 '세상을 바꿀 변호인'(감독 미미 레더)이 있다.



영화는 하버드 대학교 로스쿨에 여성이 입학하게 된 지 6년째던 해, 전체 학생 552명 가운데 단 9명의 여학생 중 한 명인 루스(펠리시티 존스)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루스를 비롯한 여학생들은 학교로부터도 정당한 대접을 받지 못했다. 학장이라는 사람은 이들에게 "남자에게 돌아갈 자리를 차지한 이유를 들어보죠"라는 말이나 하고, 교수들은 수업 시간에 루스에게 발언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자신을 언제나 믿고 지지해 주던 로스쿨 동기 남편 마티(아미 해머)마저 암에 걸리고. 루스는 남편의 수업을 대신 들어주고 병수발을 하며 육아를 병행함과 동시에 자신의 공부까지 해낸다. 그러나 암을 이겨내고 유명 로펌에 입사한 마티와 달리,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지만 루스를 받아주는 곳은 아무 데도 없었다. 결국 그는 남성 교수들에 비해 낮은 급여를 받는 것을 조건으로 럿거스 대학교 로스쿨의 교수가 된다.

학생들을 가르치던 생활을 이어가던 중, 루스는 찰스 모리츠라는 남성이 '간병인 보수 공제 신청은 여성만 가능하다'는 이유로 세금 공제를 거부당한 사건을 접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이 사건을 맡는 게 법에 내재된 성차별을 무너뜨릴 수 있는 출발점임을 직감한다.

루스가 입은 의상의 색감을 통해 이미지를 나타내는 기법은 눈길을 사로잡는다. 하버드 로스쿨에 재학하던 당시의 루스는 마치 있어서는 안되는 곳에 있는, 이방인과 같아 보였다. 검은 톤의 양복 차림의 남학생들 사이에서 홀로 여성인 루스는 붉거나 푸른 원피스를 입어 더욱 도드라졌다. 그러나 영화가 결말부로 치닫고, 시간이 흘러 인정받는 법조인이 된 루스는 그들처럼 검은색 계통의 옷을 입지 않는다. 더욱 새파란 코트를 입고 당당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루스의 모습은 찡한 울림을 준다.



'우영우'를 연상시키는 요소가 영화 곳곳에 숨어있다. 영우(박은빈)와 루스 모두 최고의 성적으로 로스쿨을 졸업하지만 각자 장애인, 여성이라는 이유로 수많은 로펌들의 퇴짜를 받는다. 그러나 그들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응원과 지지에 힘입어, 차별을 넘어 자신의 가치관을 전할 수 있는 법조인으로 성장한다. 영화에 잠시 등장하는 변호사 도로시 케니언(케시 베이츠)은 '우영우' 12회에 등장했던 류재숙 변호사(이봉련)를 보는 것 같다. 두 변호사는 늘 승소하지는 못했지만 평생을 인권과 노동권을 위해 힘썼으며, 루스와 영우가 어떤 변호사가 되어야 할지 고민할 때 도움을 준다.



영화에서 루스가 '어머니를 간병하는 미혼의 남성'을 변호한다고 하자, 동료 변호사는 당시의 보수적인 판사들이 혐오감을 느낄 것이라며 우려한다. 그러나 루스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뭐든 느끼는 게 출발점이죠"라고 대답한다. '우영우' 역시 다양한 사회적 이슈들을 다루며, 인터넷상에서 수많은 갑론을박을 이끌어냈다. 그 과정에서 긍정적이지 못한 시선 역시 존재했다.



우리 헌법 제2장 10조에 따르면 모든 인간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그리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이를 이해하고 실천하기 위해서는 루스의 말처럼 뭐든지 느끼는 게 출발점이다. '세상을 바꾼 변호인'과 '우영우'는 우리가 불평등, 그리고 정의에 대해 ‘느낄’ 수 있도록 화두를 던져주었다.

◆시식평 - 이상한 변호사는 세상을 바꾼다



+요약

제목 : 세상을 바꾼 변호인

감독 : 미미 레더

출연 : 펠리시티 존스, 아미 해머 외

러닝타임 : 120분

장르 : 드라마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개봉일 : 2019.06.13

볼 수 있는 곳 :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정다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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