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견제를 위한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정책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우리도 첨단기술 제품을 미국 시장에 직접 공급하는 방향으로 수출 역량을 재배치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중국, 베트남 등으로 중간재를 공급해 미국에 간접수출을 꾀하는 지금의 방식은 점점 블록화되는 세계에서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코트라 워싱턴무역관은 17일(현지시간) 발간한 '미국 프렌드쇼어링 정책 심층분석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프렌드쇼어링이 본격화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수출 전략의 보완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프렌드쇼어링이란 원자재와 부품, 노동력 아웃소싱과 디자인·설계 등 기술 공조를 우방 협력의 틀로 제한하고, 비우호국 경제와 배타적 관계를 설정하는 전략을 말한다.
보고서는 프렌드쇼어링 시대를 맞아 미국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특히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기술 제품 수출 시장에서 미국이 중국보다 규모가 크지는 않으나 부가가치가 높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미국 내 전 업종에서 첨단기술 제품 수입이 고르게 성장하고 있는 데다, 미국으로의 직접 수출은 무역 위험도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코트라의 판단이다. 보고서는 “한국의 첨단기술 제품 수출의 중국 시장 점유율이 15.9%로 선전 중이지만, 미국 시장 점유율은 4.2%로 상대적으로 부진하다”면서 “미국·유럽 등으로 첨단기술 수출의 다각화 전략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미국의 반도체 제조 육성 정책에 따라 메이저 파운드리 업체 간 경쟁이 과열되는 상황임을 지적하면서 미국의 반도체 정책 동향과 글로벌 시장·기술 분석에 기반한 전략적 선택으로 우리 반도체 산업의 재도약 기회를 선점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과거 미 반도체 정책이 1980년대 일본 5대 반도체 메이커 침체와 삼성과 TSMC의 부상으로 귀결됐듯, 현재 바이든 정부 반도체 정책도 승자와 패자를 결정짓는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전망"이라고 전했다.
보고서는 또 미국이 중국에 대한 핵심 광물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우방국과의 협력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만큼 미국이 주도하는 핵심 광물 서플라이 체인 구축에서 우리의 위상을 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미국 정부는 핵심광물 확보와 관련한 우선 협력 대상국으로 캐나다, 호주, EU, 일본과 함께 우리나라를 공동 지정한 바 있다. 보고서는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일본에 버금가는 프로젝트 금융, 다운스트림 제조, 광물 R&D 허브로서 국제 수준의 역량을 쌓는 것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보고서는 미국의 대중 무역 규제 집행 과정에서 우리 기업이 의도치 않은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상엽 코트라 워싱턴무역관 관장은 "미국의 프렌드쇼어링 정책으로 대변되는 국제 통상 기류 전환 속에서 우리 기업도 대내외로부터 전략적 선택을 요구받을 수 있기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