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기자의 눈] 강제징용, '최대공약수' 찾을 때

박경은 정치부 기자





“우리도 여러 모로 힘든 게 참 많습니다.” 얼마 전 만난 대일전문가가 전해준 외교부 당국자의 솔직한 심경이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 배상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민관협의회를 보다 자주 개최하라는 제안에 이 당국자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이렇게 하소연했다고 한다. 한국인으로서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해야 하는 외교관의 고충이 그대로 묻어난다.



외교부 출입기자들에게도 일본 업무를 하는 당국자들은 동정의 대상에 가깝다. 다른 당국자들과 다르게 전화 통화가 쉽지 않아도 일부는 그러려니 한다. 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역대 최악의 위기를 맞은 한일관계를 개선해내는 것이 그들의 주요 업무이기 때문이다. 안에서 치이고 밖에서 치일 수밖에 없다. 100여일 전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한일관계 회복에 사활을 걸고 있어 업무는 더 많아졌다. 또 다른 당국자는 “업무에 지칠 때 일본 업무를 하는 동료를 보면서 위안을 삼는다”고 농담을 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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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일은 강제징용 피해 배상 문제를 최대 당면 과제로 마주하고 있다. 한국 외교부로서는 징용 피해자들의 요구를 존중하는 한편, 일본과의 관계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사람 맞느냐’며 쉽게 손가락질할 수 있지만 ‘외교(外交)’가 그들의 일이다.

과거 한일 위안부 합의가 한국의 정권 교체로 파기된 점을 감안할 때 더더욱 쉬운 결론이란 없다. 피해자들의 의견이 제각각 다르다는 점도 외교부의 운신 폭을 더욱 좁힌다. 쉽게 망각하지만 모든 피해자는 하나의 의견을 가진 집단이 아니다. 일부는 사법부의 신속한 판결을 원하는 반면 일부는 정부의 외교적 노력을 통한 일본 측과의 직접 교섭을 원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일본 정부로부터 사과받기를 원할 수 있고 누군가는 현실성을 감안해 피고기업의 사과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정부 고위 당국자가 "최대한 다수가 만족할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한 점도 이런 배경에서다.

중요한 점은 누구의 의견이 옳고 그른 것이 아니며 모두 존중 받아야 하는 의견이라는 점이다. 이런 가운데 한일관계도 고민해야 하는 윤석열 정부가 신중하고도 신속한 판단을 내리기를 응원한다. 피해자들의 시간은 빠르게 가고 있다.


박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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