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연극 '두 교황' 서인석·남명렬 "대립과 화해, 한국 사회에 많은 것 시사"

중도 퇴위한 베네딕토 16세와

프란치스코 교황 마주앉아 논쟁

한국 사회 보수·진보 대립 닮아

대화 통한 교감·이해 과정 그려

서인석 12년만의 연극복귀 관심

연극 ‘두 교황’에서 베네딕토를 연기하는 서인석(왼쪽)과 프란치스코 역할의 남명렬. 사진 제공=에이콤연극 ‘두 교황’에서 베네딕토를 연기하는 서인석(왼쪽)과 프란치스코 역할의 남명렬. 사진 제공=에이콤




“인간은 각자 다른 생각과 개성을 지니고 사는데, 대립으로 끝나지 않고 융화하기 때문에 역사를 만들었죠. ‘두 교황’은 인간이 휴머니즘을 찾아가는 이야기예요. 제목은 이렇지만, 인간 전체에 적용 가능합니다”(서인석)



“‘두 교황’의 주인공들은 스스로의 부족한 점과 과오를 고백하는 대목에서 서로에 대한 이해를 시작해요.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말하고, 상대는 이를 이해하며 교감하죠. 서로를 이해해 보려는 노력이 시작입니다”(남명렬)

지난 2013년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퇴위와 후임인 교황 프란치스코의 즉위는 가톨릭 역사상 약 600년만에 벌어진 교황의 중도 퇴위라는 점에서 전 세계적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대중은 그 드라마틱한 과정뿐만 아니라 정적인 클래식을 좋아하고 보수적인 베네딕토, 개혁 성향에 역동적 축구광인 프란치스코의 전혀 다른 캐릭터에도 관심을 보였다.

보수·진보 대립과 이해의 과정이라고도 할 만한 두 사람의 이야기는 지난 2017년 희곡으로 발표된 후 2019년 영국에서 연극으로 초연됐다. 2019년 영화로도 제작돼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다. 이번 국내 공연은 오는 30일부터 10월 23일까지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진행된다.

배우 남명렬이 연극 ‘두 교황’의 공연을 앞두고 연습실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에이콤배우 남명렬이 연극 ‘두 교황’의 공연을 앞두고 연습실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에이콤



각각 베네딕토와 프란치스코를 연기하는 서인석(73)과 남명렬(63)은 최근 한전아트센터 부근의 한 카페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작품의 메시지에 대해 이 같이 설명했다. 남명렬은 “두 사람의 대립과 화해의 전반적 대화가 한국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는 베네딕토의 클래식 사랑을 이해하고 베네딕토도 월드컵 축구를 프란치스코와 함께 보며 동화되며, 둘은 서로 부둥켜안고 탱고를 추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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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석은 동명의 영화와 차이에 대해 “영화는 다소 밋밋하지만 희곡에는 인간 감정의 대립과 갈등의 묘미가 있다”고 말했다. 각자 캐릭터에 대한 공감도는 어떨까. 남명렬은 “둘 다 삶의 태도가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프란치스코의 생각과 삶의 태도가 내게도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인석도 역시 “과거 교황 프란치스코가 방한했을 때 만난 적이 있는데 나와는 다르더라”며 “대본을 읽어보니 베네딕토와 비슷하더라”고 말했다.

2인극으로 봐도 무방할 만큼 두 배역의 비중이 절대적이라, 두 사람은 지난달 초부터 두 달째 연습실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멀티캐스팅의 경우 ‘페어’가 뒤섞이기도 하는 여타 연극과 달리 두 사람은 고정적으로 짝을 이뤄서 연기한다. 배우 간 케미스트리를 맞추고 교류하려면 필요하다며 출연진이 강하게 주장한 덕으로, 역시 베네딕토를 맡은 신구는 프란치스코 역할의 정동환과 짝을 이룬다.

배우 서인석이 연극 ‘두 교황’의 공연을 앞두고 연습실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에이콤배우 서인석이 연극 ‘두 교황’의 공연을 앞두고 연습실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에이콤


서인석은 이 작품이 12년만의 연극 복귀작이기도 하며, 드라마로 범위를 넓혀도 약 3년 반만에 연기를 다시 한다. 복귀에는 예술감독인 윤호진 에이콤 대표와의 인연이 있었는데, 두 사람은 1970~1980년대 극단 실험극장에서 작품 6편을 함께 한 사이다. 서인석은 “윤 대표가 오랜만에 정극을 연출하며 ‘대작인데 죽기살기로 하겠느냐’고 제안했다”며 “신인 때 데뷔하는 느낌이다. 12년만에 연극을 연습하니 헤매고 있다”고 말했다. 본인 외 최근 잇따르는 원로 배우들의 연극무대 복귀에 대해서는 “하나의 유행 같은 거라고 본다”며 “원로들만 표현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 이 나이에도 기회가 온다면 좋은 것”이라고 답했다. ‘두 교황’의 성과가 앞으로의 활동에도 영향을 미칠 테니, 현재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서인석에게 연기를 쉬는 동안 대표작인 드라마 ‘태조 왕건’이 유튜브에서 재조명된데 대한 생각을 물어보았다. 돌아온 소감은 “벌써 22년 전이다. 격세지감”이었다.

“정말 엊그제 같은데 세월이 빨라요. 올해 한국 나이 일흔 넷인데 앞으로 10년을 할지, 얼마나 할지 몰라요. 난 이제 시간이 없어요. 소중한 시간, 아껴야 하는 시간임을 느끼죠.”

연극 ‘두 교황’에서 베네딕토를 연기하는 서인석(왼쪽)과 프란치스코 역할의 남명렬. 두 교황이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은 보수·진보의 대립과 화해를 연상케 한다. 사진 제공=에이콤연극 ‘두 교황’에서 베네딕토를 연기하는 서인석(왼쪽)과 프란치스코 역할의 남명렬. 두 교황이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은 보수·진보의 대립과 화해를 연상케 한다. 사진 제공=에이콤


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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