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IMF의 우울한 전망

김동원 전 고려대 초빙교수

"2023년 스태그플레이션" 경고

러, 유럽에 가스 공급 중단하면

에너지가격 급등해 인플레 가속

무역 위축…재정위기 재발 우려

김동원 전 고려대 초빙교수김동원 전 고려대 초빙교수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발표한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의 제목은 ‘Gloomy and More Uncertain(우울하고 더욱 불확실)’이다. 올 7월 발간된 이 보고서는 ‘우울한’ 이유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약화된 세계경제에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의 충격이 가해졌음을 적시하고 있으며 ‘더욱 불확실한’ 이유에 대해서는 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구체적으로 만약 러시아가 올해 겨울에 가스 공급을 전면 중단하는 사태가 발생한다면 에너지 가격의 급등으로 세계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중국 경제의 침체와 지정학적 긴장의 고조는 세계 무역을 더욱 위축시킬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2022년 세계 경제성장률은 7월 전망치 3.2%보다 0.6%포인트 낮은 2.6%로 2023년 성장률은 2.9%보다 0.9% 포인트 낮은 2.0%로 크게 하락할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 한마디로 세계경제는 2023년 심각한 스테그플레이션 상황에 진입할 위험이 있다고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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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영국중앙은행(BOE)의 8월 통화정책 보고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의 불확실성 문제를 가장 심각한 위험으로 분석하고 영국 경제가 2024년까지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할 것을 진솔하게 경고하고 있다.

현재 정상 수준의 20%인 독일에 대한 가스 공급이 전면 중단될 가능성이 불확실성의 핵심이다. 세계에너지기구(IEA)는 유럽의 가스 저장률이 90%에 도달하기 전에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중단한다면 그 충격이 심각할 것임을 경고한 바 있다. 과연 러시아는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을 전면 중단할 것인가. 이미 러시아 국영 가스 기업 가스프롬은 루블화로 결제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라트비아에 7월 30일 자로 가스 공급을 중단했다. 특히 러시아 대통령궁 고문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가스 공급 중단 가능성에 대해 러시아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답해 그 가능성을 시사했다. 우크라이나 전황이 러시아에 불리하게 전개될수록 러시아는 비대칭적인 전략 수단인 가스 공급 중단과 핵폭탄을 사용할 유인이 높아진다. 물론 가스 공급 중단은 장기적으로 러시아에도 부담이 크다. 그러나 최소한 금년 겨울의 가스 공급 중단은 러시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들에 타격을 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중단하도록 압박할 수 있는 효과적인 선택임에 분명하다.

세계경제의 불확실한 시나리오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7월에 있었던 이탈리아의 국가 신용 등급 추락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2011년 9월 발생했던 유럽 재정 위기가 재발할 가능성도 있다. 유럽 재정 위기의 후유증으로 세계경제는 2012년부터 2016년 상반기까지 장기 침체를 겪었다. 우리나라 수출 규모는 2017년에야 2011년 수준을 회복하는 장기 침체를 겪었으며 특히 이 시기에 중소기업들이 받은 타격은 아직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

세계경제 전망의 불편한 진실은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있다. 즉 갈수록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 사태가 발생할 경우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세계 인플레이션 압력은 다시 거세지고 그 결과 고금리와 강달러가 장기화하며 세계경제는 장기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확률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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