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대한항공, 환율 10원 뛰면 350억 손실…배터리는 원자재비용 '눈덩이'

[천장 뚫린 환율]

■환율 폭주에 기업 실적 비상

LCC 리스료 부담도 커 더 취약

철강, 고환율에 원자재 부담 가중

환율 헤지 취약한 중기도 곡소리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당시인 1340원대로 치솟으면서 우리 기업들이 하반기 경영 전략을 다시 짜야 할 정도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적정한 수준의 환율 상승은 매출 증대 효과를 내지만 단기간의 과도한 상승은 원자재 도입 비용을 상승시키고 이자 부담과 해외투자 비용 증가 등 부정적인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당장 비상등이 켜진 곳은 항공 업계다. 항공사들은 항공기 장기 리스 비용뿐 아니라 항공유 등의 구매 비용도 모두 달러로 결제한다. 이 때문에 환율이 오를수록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대한항공은 약 350억 원, 아시아나항공은 약 284억 원의 환차손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히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저비용항공사(LCC)는 대형 항공사에 비해 리스료 부담이 커 환율 상승에 따른 피해도 더 클 수밖에 없다. 항공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환차손뿐 아니라 해외여행 심리 악화도 큰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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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성장 산업인 배터리 업계는 고환율에 따른 매출 상승 효과를 누리고 있지만 신규 투자에는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배터리 3사는 미국을 중심으로 새로 배터리 공장을 짓거나 기존 배터리 공장을 증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예상되는 시설 투자 규모만 해도 LG엔솔과 SK온이 각각 7조 원, 6조~6조 5000억 원 수준에 달한다. LG엔솔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와 합작공장을 짓기로 했고 SK온은 포드와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막대한 투자를 추진하는 가운데 환율 상승으로 기존에 잡았던 투자 규모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환율 상승에 따른 금융 비용이 커졌다는 분석도 있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LG엔솔의 달러 부채는 올해 2분기 말 기준 4조 2494억 원을 기록했다. LG엔솔 측은 원·달러 환율이 10% 오를 경우 약 16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최근 경기 침체로 인한 철강 수요 둔화로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한 철강 업계도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이중고를 겪게 됐다. 최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강관·구조·자동차 등 전 산업 분야에서 폭넓게 쓰이는 열연 강판의 올해 상반기 누적 판매량은 전년 대비 4% 줄었다. 국내 조강 생산량도 3383만 톤으로 전년보다 3% 줄었다.

수요가 줄면서 재고도 늘어나 현대제철의 상반기 재고 자산은 지난해 말 대비 1조 5350억 원가량 늘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원화 가치 하락으로 원자재 도입 비용이 늘어나면 채산성 악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환율 헤지에 취약한 중소기업도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소기업의 주 수입품인 목재·펄프·플라스틱 가격이 최근 급등한 데다 환율까지 뛰면서 도입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수출입 중소기업 508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도 환율 급등으로 피해를 봤다는 중소기업이 30.5%에 달했다. 이익을 봤다는 기업은 19.1%에 그쳤다. 고환율로 인한 피해로는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비용 증가(78.1%)’가 가장 많았고 ‘물류비 부담 증가(43.2%)’ ‘거래처의 단가 인하 요구(20%)’ 등이 뒤를 이었다.


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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