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강달러에 장 초반부터 환율 수직상승…美 잭슨홀 미팅이 '변곡점'

■원·달러 환율 13년 4개월만에 최고

IMF 외환위기·닷컴 버블 붕괴 등

경제 주요 고비마다 1340원 돌파

中·유럽 대외악재로 수출 비상등

무역수지 적자에 단기외채도 급증

파월 발언 따라 달러 방향성 갈려

2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2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 경제위기의 대표적 척도 중 하나는 환율이다. 현재의 환율 수준을 들여다보면 해당 국가의 경제 펀더멘털을 고스란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환율은 평상시에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다가 경제 상황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급격히 한 방향으로 쏠리게 된다.



22일 원·달러 환율이 장중 1340원까지 단숨에 돌파한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 경제 펀더멘털에 이상이 감지됐다는 신호로 읽힌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2001년 닷컴 버블 붕괴와 카드 사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우리 경제의 주요 고비 때마다 원·달러 환율이 1340원을 넘은 것도 같은 이유로 볼 수 있다.




글로벌 달러화 강세로 엔화·유로화·위안화 등 주요국 통화 가치가 대부분 떨어지고 있지만 유독 원화 약세가 두드러진 점도 펀더멘털이 약화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중국과 유로존 경기 침체로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마저 점차 꺾이면서 무역수지 적자는 확대되고 있다. 내년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2%)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까지 나온다. 최근에는 외환 수급 불균형으로 단기 외채가 급증하는데 외환보유액은 줄면서 대외 지급 능력도 약화되는 등 경제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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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으로 원·달러 환율마저 또다시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경고음이 한층 커지는 상황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3원 90전 오른 1339원 80전으로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2009년 4월 29일(1357원 60전) 이후 13년 4개월 만에 최고치다. 이날 환율은 장중 한때 1340원 20전까지 오르면서 1340원 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경제 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1990년 이후로 원·달러 환율이 1340원을 넘은 기간은 1997년 12월~1998년 10월, 2001년 4월, 2008년 10월~2009년 4월 등 세 차례뿐이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주요 인사들이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발언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긴축 행보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독일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유로존 경기 침체 우려도 원화 가치 급락에 영향을 끼쳤다. 중국 경기 둔화에 따른 위안화 약세와 무역수지 적자 지속 등도 외환시장의 불안을 키우는 또 다른 요인이다.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조만간 1350원을 돌파해 올해 안에 1400원까지 근접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제는 달러화 강세 흐름이 거센 만큼 당국의 개입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시장 개입으로 환율 방향을 바꿀 수 없는데 의미 없이 외환보유액을 소진할 경우 국가 신인도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하반기 환율 고점을 1350원보다 높여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외환 당국이 환율 급등을 어디까지 용인할지가 중요한 변수지만 1400원을 넘지는 않더라도 1300원대 후반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거침없는 환율 상승세의 변곡점은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의 입이다. 잭슨홀 미팅에 참석하는 파월 의장이 26일 연설에서 연준의 통화 긴축에 대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는지에 따라 시장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파월 의장이 ‘피봇(정책 전환)’ 신호를 시장에 던지면 달러화 상승세가 한풀 꺾이겠지만 반대로 메시지가 나오지 않으면 달러 초강세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환율 급등으로 물가를 둘러싼 정책 불확실성도 커졌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물가를 통해 소비자물가를 다시 끌어올린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 오르면 물가 상승률은 0.06%포인트 높아진다. 달러 강세에 따른 고환율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제 유가마저 다시 반등하면 당초 9~10월로 예상했던 물가 정점도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 엔화·유로화 등 주요 통화도 동반 약세라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수출 확대 영향도 기대할 수 없는 노릇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달 25일 기준금리를 2.25%에서 2.50%로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이 본격화되면 향후 추가 금리 인상 시기를 놓고 이견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무역수지 적자와 정치적 불안, 양극화 등 내부적 요인으로 경제 전반의 펀더멘털이 흔들리면서 원화 약세를 더욱 부추기는 상황”이라며 “환율이 계속 오르면 수입 물가가 높아지고 자본 유출을 일으켜 거시경제 전반이 불안해질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조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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