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40년간 '들어온 작가' 있어도 '나간 작가' 없는 갤러리

[글로벌 화랑, 어디까지 가봤니?]

①타데우스 로팍 갤러리

유럽 정체성에 美 현대미술 열정 포용

2007년 韓작가 이불 전속 영입도

유럽 기반…서울에 아시아 첫 지점 개관

바셀리츠. 알렉스 카츠, 안젤름 키퍼 전속


최근 몇 년 사이 세계적 화랑들이 속속 상륙하면서 서울은 홍콩의 아성을 넘보며 아시아 미술시장의 주요 도시로 부상했다. 오는 9월 세계적 아트페어 ‘프리즈(Frieze)’와 ‘키아프 서울’의 개막을 앞두고 미술에 대한 관심이 더욱 뜨겁게 달아오른 지금, 우리 곁에 다가온 ‘월드클래스’ 갤러리들은 어떤 배경으로 어떤 작가들을 소개하고 있는지 그 속살을 들여다 본다. <편집자 주>

현재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특별전이 한창인 안젤름 키퍼의 '방금 집을 잃은 사람(Wer jetzt kein Haus hat)'. 2016년부터 올해까지 진행한 작업이다. /사진제공=타데우스 로팍 갤러리현재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특별전이 한창인 안젤름 키퍼의 '방금 집을 잃은 사람(Wer jetzt kein Haus hat)'. 2016년부터 올해까지 진행한 작업이다. /사진제공=타데우스 로팍 갤러리





장 미셸 바스키아(1960~1988)는 마돈나부터 앤디 워홀까지 사로잡고, 뉴욕을 뒤흔든 스타 작가였지만 상대적으로 유럽에서는 무명에 가까웠다. 1982년 독일 카셀도쿠멘타에 최연소 작가로 참가하긴 했지만 아직까지 ‘핫’한 작가는 아니었다. 유럽 문화에 뿌리를 두고 성장해 개념미술가 요셉 보이스(1921~1986)의 스튜디오에서 갤러리스트의 꿈을 다진 타데우스 로팍(62)은 1980년대 초 뉴욕으로 건너가 현대미술의 최신 감각을 익혔다. 그 때 인연을 맺은 친구 바스키아의 개인전을 열기로 마음 먹은 것은 대단한 도전이었다. 작품을 이고 지고 대서양을 건넜건만 갑작스런 바스키아의 사망 소식을 접했다. 본의 아니게 유작전이 됐다. ‘스타’ 빠진 전시였으니 판매는 부진했다. 로팍은 작품을 허망하게 돌려보내지 않았다. 빚을 내 모조리 떠안았다. 40년 역사의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가 지켜온 ‘신뢰’라는 철칙은 그렇게 단단해졌다.

게오르그 바셀리츠의 작품 옆에 선 타데우스 로팍 대표. /사진제공=타데우스 로팍 갤러리게오르그 바셀리츠의 작품 옆에 선 타데우스 로팍 대표. /사진제공=타데우스 로팍 갤러리


오스트리아 태생의 로팍 대표는 1983년 잘츠부르크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갤러리를 개관했다. 유럽 문화의 자부심과 미국 현대미술의 열정을 양팔에 끌어 안은 곳으로 정체성을 쌓았다. 보이스와 바스키아 외에 워홀, 로버트 메이플소프 등 거물을 넘어 ‘역사’가 된 작가들로 꽉 채운 개관전 라인업이 이를 예고했다. 활동 반경을 넓히고자 파리 시내 마레 지구에 전시장을 연 게 1990년의 일이다. 파리 외곽의 공장을 개조해 추가로 개관한 팡탕갤러리는 규모도 엄청나지만 버려진 옛것을 새롭게 되살리는 예술의 힘을 느끼기에 제격이다. 2017년에 런던 분관을 열었고, 지난해 10월 서울 한남동에 아시아 첫 지점을 열었다. 개관전 이후 주요 전시 때마다 꼬박꼬박 한국을 찾는 로팍 대표는 “가장 중요한 것은 작가들과의 협력적 관계이며 소속 작가를 찾는 일은 ‘결혼’처럼 서로 알아가며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라며 “오랜 기간 작가나 컬렉터들과 관계를 맺은 밑바탕에는 단단한 신뢰가 있었고, 이것이 우리 갤러리의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타데우스 로팍에는 ‘들어온 작가’는 있어도 ‘나간 작가’는 없다. 약 70여 명의 전속작가에 대해 로팍 대표는 “내가 키운 작가가 아니라 갤러리와 작가가 함께 성장한 것”이라고 했다.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 서울 한남동 전시장에서 열린 알렉스 카츠의 개인전 전경. /사진제공=타데우스 로팍 갤러리타데우스 로팍 갤러리 서울 한남동 전시장에서 열린 알렉스 카츠의 개인전 전경. /사진제공=타데우스 로팍 갤러리



독일 추상표현주의 대가이자 거꾸로 뒤집어 그린 그림으로 유명한 게오르그 바젤리츠가 대표적이다. 35년 이상 전속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간략한 형태와 선명한 색감 속에 무한한 깊이감을 담아내는 미국 작가 알렉스 카츠도 이 갤러리의 동반자다. 키아프와 프리즈 서울이 개최되는 시기에 맞춘 다음 전시로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최고의 전시로 꼽히는 안젤름 키퍼의 개인전이 예정돼 있다. 조각가 안토니 곰리, 작가 듀오 길버트와 조지, 코오롱그룹이 운영하는 스페이스K에서 전시가 한창인 다니엘 리히터 등을 비롯해 아드리안 게니, 로버트 롱고, 엘리자베스 페이튼 등이 타데우스 로팍의 대표작가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현대미술의 근간이 되는 거장 도널드 저드, 요셉 보이스, 로버트 라우센버그, 로버트 메이플소프 등의 작가 재단을 대표해 유작을 관리하는 일도 맡고 있다. 로팍이 발굴한 알바로 베링턴, 올리버 비어, 레이첼 존스, 맨디 엘-사예, 한 빙 등은 주목해야 할 젊은 작가들이다.

관련기사



소리를 설치미술로 담아낸 올리버 비어의 개인전이 열린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 서울 한남동 전시장 전경. /사진제공=타데우스로팍소리를 설치미술로 담아낸 올리버 비어의 개인전이 열린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 서울 한남동 전시장 전경. /사진제공=타데우스로팍


지난 2007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바셀리츠의 회고전을 계기로 한국을 처음 방문한 로팍 대표는 서울에 매료된 그 해 한국 작가 이불을 찾아내 전속 작가로 영입했다. 서울 갤러리를 최근에 열었을 뿐 이미 오래 전부터 삼성문화재단 리움미술관, 아모레퍼시픽미술관, 파라다이스 문화재단 등과 인연을 맺어왔다.

한국 미술계의 잠재력에 대해 로팍 대표는 “한국은 시장·작가·기관의 삼박자가 균형있게 잘 갖추어졌다”면서 “오랫동안 현대미술 기관이 부재했던 홍콩, 검열 제도가 있는 중국에 비해 한국은 공공 미술관과 사립 및 기업 미술관 등을 기반으로 학계 연구가 꾸준히 진행됐다”고 말했다. “그러한 바탕이 있기에 한국 작가들이 국내외 무대에서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다”는 로팍 대표는 방한 때마다 한국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하는 중이다.

서울 갤러리는 타데우스 로팍 런던 갤러리에서 4년간 아시아팀을 이끈 황규진 디렉터가 총괄하고 있다. 유럽 갤러리의 정체성과 한국적 정서를 탁월하게 연결하는 것이 그의 강점으로 꼽힌다.

타데우스 로팍 대표(오른쪽)와 황규진 타데우스로팍갤러리 서울 총괄 디렉터. /사진제공=타데우스로팍 갤러리타데우스 로팍 대표(오른쪽)와 황규진 타데우스로팍갤러리 서울 총괄 디렉터. /사진제공=타데우스로팍 갤러리


조상인 미술전문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