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기자의눈] 서울대의 자기반성, 공염불 안돼야

이건율 사회부 기자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기를 국민들이 바라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서울대가 이러한 기대에 부응해왔다고 자부할 수 있을까요. 사회 전체의 안녕을 위한 관심과 애정을 보여왔는지 진솔하게 자문해야 합니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이 2019년 2월 취임사에서 강조한 말이다. 외부 여건을 탓하지 말고 내부의 자성이 먼저 필요하다는 제언은 당시 서울대 구성원뿐 아니라 교육계 전체에 경종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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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총장의 자성 의지는 최근 서울대가 발간한 ‘중장기 발전 계획 보고서’에 그대로 담겼다. ‘2007~2025 장기 발전 계획’이 2007년 발표된 후 15년 만에 발간된 중장기 발전 보고서지만 사실상 서울대의 ‘반성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서울대는 스스로 ‘경직적이고 관료적인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기주의·무사안일주의·매너리즘적 조직 문화가 팽배하다는 진단도 나왔다. 서울대는 처절할 정도로 충실한 자기반성을 보고서에 담았다.

다만 서울대는 반성이 실천으로써 완성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실천 없는 반성은 공염불에 불과하다. 보고서가 미래 실행 과제로 제시한 무전공 신입생 선발, 학내 구성원 다양성 확보 등은 실천에 옮기지 못했을 뿐 이미 꾸준히 제기돼 온 사안들이다. 오 총장의 말처럼 “당장 시작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없다면 서울대의 자기반성은 진정성을 잃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서울대 구성원들의 위기감은 부족해 보인다. 보고서 내용조차 모르는 이들이 태반이다.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서울대 관계자조차 “보고서가 방대한 분량으로 작성돼 자세하게 읽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책 추진력을 뒷받침하려면 학교 구성원들과 위기를 공유하고 목소리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

서울대의 반성과 실천은 교육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금까지 서울대는 국내 대학의 모범으로서 교육 문화를 주도해왔다. 서울대의 고민이 타 대학의 고민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이번 보고서가 장밋빛 청사진으로 남지 않도록 서울대는 반성만큼 실천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그래야 서울대가 천명한 사회 전체의 안녕이 실현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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