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尹 "불법 사금융 뿌리 뽑으라"…인적쇄신뒤 '민생·약자' 전면에

[대수비 회의서 특단책 지시]

'세모녀 사건' 언급하며 대책 강조

환율 등 거시경제 관리도 거듭 주문

'친서민·중도' 강화로 국정기조 전환

관계부처회의 등 정부도 즉각 대응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불법 사금융을 뿌리 뽑으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또 “서민 보호가 국가의 기본 책무”라며 최근 생활고로 숨진 세 모녀 사건과 같은 비극을 막을 대책도 주문했다. 치솟는 원·달러 환율과 요동치는 증시에 대한 대책도 요구하며 거시경제 리스크 관리에도 나섰다. 대통령실 인적 쇄신으로 정책과 홍보 기능을 강화한 윤 대통령이 국정 방향을 친서민과 실용으로 잡고 민생 챙기기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청사 출근길에 약식 기자회견(도어스테핑)에서 “수원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세 모녀가 중증 질환과 극심한 채무에 어려운 삶을 이어가면서 고통스러운 삶을 마감한 기사를 보셨을 것”이라며 “복지 정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그런 주거지를 이전해서 사는 분들을 위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도어스테핑에서 환율에 대해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의 통화 상황이 우리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비상경제대책회의 등을 통해 리스크 관리를 잘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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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이날 주재한 대통령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취약 계층과 민생·거시경제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요구했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이 회의에서 “최근 달러 강세의 영향으로 환율이 상승하고 무역수지 적자 폭이 커지는 등 대내외 거시경제 여건이 엄중하므로 관련 부처는 경제 상황을 더욱 면밀히 점검해달라”며 “민생 안정을 위한 대응에 한 치의 빈틈이 없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특히 “최근 금리 상승세에 편승해서 불법 사금융 피해가 확산될 우려가 크다”며 “감당할 수 없이 고통스러운 고금리와 채권 추심으로부터 서민 취약 계층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계 기관을 총동원해 이 문제를 바로잡으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총리실을 중심으로 경찰청·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이 협력해 강력한 단속과 처벌뿐만 아니라 피해자 지원, 제도 개선 마련에 착수해 불법 사금융 문제를 뿌리 뽑으라”고 강조했다. 또 건전 재정으로 확실히 전환하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을 줄이지 말라고도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두 차례나 취약 계층 지원과 거시경제 관리를 주문했고 불법 사금융 발본색원도 요구했다. 정치권은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 정책조정수석을 신설하고 홍보수석을 교체하는 인적 개편 이후 처음 내보내는 이 같은 메시지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금리 인상과 가계부채 폭탄을 떠안은 윤 대통령이 각 부처에 선제적인 조치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만약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 국내 가계부채 문제는 그야말로 시한폭탄 상황에 놓인다. 당장 9월 만기 연장과 상환 유예된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만 130조 원이다. 올해 1분기 기준 다중 채무자 비중은 22.4%, 청년 세대(30대 이하)는 이 비중이 26.8%다. 서민금융진흥원은 지난해 대부업 이용자 가운데 최대 5만 6000명이 불법 사금융으로 밀려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정부 부처에 불법 사금융의 발본색원과 취약 계층 대책 마련은 물론 금융시장 안정화 조치를 함께 지시한 것도 이 같은 배경이 작용했다.

대통령실을 재정비한 윤 대통령이 위기를 발판 삼아 ‘친서민·중도’를 더욱 강화하는 쪽으로 국정 기조를 틀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명박 정부가 2008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뒤 감세로 기업 투자를 유인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복지를 강화하는 ‘친서민·중도실용’을 앞세워 난국을 돌파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의 대책 지시에 정부도 즉각 움직였다. 한 총리는 긴급 관계부처회의를 주재하고 “복지 사각지대의 발굴·지원 체계를 전면적으로 점검·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외환 당국도 “원·달러 환율 상승 과정에서 투기적 요인이 있는지 면밀히 점검해나가겠다”며 구두 개입했다. 국민의힘 역시 윤 대통령의 국정 기조에 맞춰 9월 정기국회에서 첨단 산업 투자 세제 혜택 확대와 종부세 완화에 더해 소상공인과 취약 계층 복지를 늘리는 법안을 쏟아낼 것으로 전망된다.


구경우 기자·송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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