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환율쇼크에 외국인 매수세 주춤…'자금 엑소더스' 또 오나

이달 들어 2.5조 사들였지만

6거래일만에 매수 행렬 멈춰

강달러 기조 계속 이어지면

상반기처럼 자금유출 가능성

"환율 추가상승 제한적" 분석도





8월 들어 2조 5000억여 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이며 국내 증시를 떠받쳤던 외국인의 수급이 ‘환율 쇼크’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달러 강세 국면에서 환차손이 더 커지기 전에 서둘러 한국 주식을 팔아 달러를 챙겨 떠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금리 인상 속도와 유럽 에너지난이 계속 가속화된다면 상반기처럼 대규모 자금 유출이 벌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환율 추가 상승 여력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국면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7.16포인트(1.10%) 하락한 2435.34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보다 13.19포인트(0.54%) 떨어진 2449.31로 시작한 지수는 장중 한때 30.67포인트(1.25%) 하락하며 2430선마저 위협받았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2억 원의 순매도를 기록하며 5거래일 연속 이어온 매수 행렬을 멈췄다. 기관은 1320억 원어치를 팔았다. 개인은 1390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외국인 수급이 주춤한 것은 달러 강세에 따른 환율 리스크 때문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1345원대까지 상승하며 이틀 연속 연고점을 경신했다. 달러 가치가 고공 행진을 하는 것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금리 인상을 계속하겠다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심각한 에너지난을 겪는 유럽과 코로나 봉쇄령으로 타격을 받은 중국의 경기가 미국에 비해 둔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유로화·위안화와 비교해 달러 가치가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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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수급이 약해지면 지수 상승세도 가로막힐 가능성이 크다. 6월 외국인이 5조 5816억 원을 팔자 코스피는 13.04% 하락한 반면 외국인이 2조 3215억 원가량을 사들인 7월에는 5.10% 상승했다. 외국인은 환율이 1300원을 돌파한 상황에서도 지난 한 달간 LG에너지솔루션(9206억 원), 현대차(4990억 원), 삼성SDI(4771억 원), 삼성전자(3388억 원) 등 대형주들을 사들이며 안도 랠리를 주도했다. 환율 상승으로 주가가 빠지자 ‘저가 매수’ 기회로 인식한 외국인들이 주식을 담은 것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강달러 기조가 이어진다면 외국인들이 16조 원을 팔아치웠던 상반기와 같은 ‘엑소더스’가 펼쳐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외국인투자가들이 원화로 표시된 한국 주식을 팔고 달러를 찾아 나가면 원화 약세는 더 심화되고 환율은 높아진다. 그러면 주식을 팔고 떠나는 행렬이 더 길어지게 되고 환율은 다시 더 뛰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한 달 동안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샀던 것은 시장금리가 비교적 안정적이었기 때문”이라면서 “그런데 최근 금리가 급등하고 달러 강세가 펼쳐지면서 수급 불안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금리 인상 여부가 환율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주목하고 있다. 이번 주 열리는 잭슨홀 미팅이 관건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비롯해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모이는 만큼 글로벌 통화정책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단서들이 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주 잭슨홀 미팅에서 금리 인하 기대감이 과하다는 발언들이 나오고 있다”며 “이보다 강도가 더 높은 매파적 발언들이 나온다면 달러 강세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결국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고 연준의 긴축 기조가 풀려야 환율이 안정되며 외국인 수급도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럽의 에너지난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최 연구원은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인한 유럽 경기 침체 우려가 반영되면서 달러 강세가 짙어지고 있다”며 “침체가 유로존에 국한된다면 크게 우려할 일은 아니지만 다른 국가로 전이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고 했다.

환율 추가 상승 폭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상 폭을 줄이면서 환율이 1350원를 찍고 내려올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환율이 오르는 국면이지만 추가 상승 폭이 얼마 남지 않았으면 외인은 매수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희·성채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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