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유럽을 뒤덮은 가뭄이 약 500년 만에 최악일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23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유럽집행위원회 산하 연구조직인 세계가뭄관측(GDO)은 이날 보고서를 내고 8월 1일부터 10일까지 10일간 유럽 토양 47%의 가뭄 상태가 '경고', 17%는 '경계'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GDO는 가뭄 상태를 약한 수준부터 주의, 경고, 경계 등 3단계로 나눈다. 주의는 강우량이 평년보다 적은 상태, 경고는 토양에 수분이 부족한 상태를 의미하고 최고 수위 경보인 경계는 식물에 가뭄으로 인한 스트레스 징후가 나타나는 상태를 뜻한다. 실제로 영국에선 일부 나무들에 벌써 단풍이 지는 기현상이 속속 보고되고 있다.
GDO는 "현재 유럽의 가뭄은 적어도 500년 만에 최악인 것으로 보인다"며 "계속되는 폭염과 가뭄은 유럽 모든 하천의 수위에 전례 없는 영향을 미쳤고 산불도 평소보다 상당히 많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또 "가뭄은 농작물 생산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데 이 같은 기후 변화는 의심할 여지 없이 매년 더 두드러진다"고 우려했다.
유럽에선 가뭄의 후폭풍이 흉작, 내륙 운송 중단, 에너지 발전 차질 등의 형태로 몰려오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올해 옥수수, 콩, 해바라기 수확량이 지난 5년 평균과 비교했을 때 각각 16%, 15%, 12%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 전역의 수력 발전은 20%나 줄어들었다.
GDO는 "심각한 가뭄이 8월 초순 현재 더욱 확대되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이 유럽 지중해와 면한 국가들에서 적어도 11월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황이 특히 심각한 국가로는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루마니아, 헝가리, 아일랜드, 영국 등을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