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사모펀드(PEF) 칼라일그룹이 카카오(035720)모빌리티 투자금 회수가 늦어지자 인수금융을 활용한 자본재조정(Recapitalization, 리캡)을 단행했다. 빠른 시일 내의 기업공개(IPO)를 기대하기가 어려워지자 주식담보대출로 투자금의 70% 가량을 회수해 투자자(LP) 중간 분배에 나서려는 것으로 보인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칼라일은 최근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1550억 원 규모의 인수금융을 받아 리캡을 마쳤다. 인수금융 금리는 7%대 초반, 수수료는 1%대 초반이다. 기업공개(IPO) 등을 이유로 인수금융이 만기 전 종료되면 금리가 2%포인트 가산될 수 있다는 조건이 추가됐다. 한국투자증권은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하는 셀다운(재매각) 마케팅을 마무리하고 있다.
칼라일은 카카오모빌리티 최초 투자 당시에는 인수금융을 쓰지 않았다. 지난해 2월 카카오모빌리티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총 2300억 원을 투자할 땐 블라인드 펀드 자금을 100% 활용했다. 이번에 인수금융을 쓰면서 대출 비중을 높이는 대신 67%의 투자 원금을 회수하는 효과가 있었던 셈이다.
칼라일이 인수금융을 쓰기로 결정한 시점은 지난 6월이다. 당시 카카오와 MBK파트너스의 카카오모빌리티 인수합병(M&A) 협상이 공식화 됐다. 경우에 따라 2%포인트의 금리가 추가된다는 조건이 더해진 것도 MBK파트너스의 M&A 추진 영향이다. MBK파트너스가 딜을 성사시킬 경우 기업가치 등의 조건 변화로 인수금융을 조기에 종료해야 하는 리스크가 있기 때문이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칼라일이 적자였던 카카오모빌리티에 투자할 당시엔 인수금융을 쓸 수 없었으나 투자 직후 이익을 내기 시작하면서 외부 차입을 활용하는 게 가능해졌다”며 “인수금융을 활용하면 블라인드 펀드에 유동성을 확보해 운용 숨통을 트고 내부수익률(IRR)도 높일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칼라일은 카카오모빌리티 투자금 회수가 단기간에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인수금융 기본 금리, 수수료, 가산 금리를 합쳐 10%에 달하는 비용 부담을 감수한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지난 18일 공시를 통해 MBK파트너스와의 협상을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이에 텍사스퍼시픽그룹(TPG) 컨소시엄 지분 29%와 칼라일 지분 6%가 매물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으나 MBK파트너스는 바이아웃(경영권 인수)를 통한 1대 주주 자리 확보가 아니면 관심이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현 시점에서는 IPO 이후 차익 실현에 나서는 것 만이 유일한 대안으로 남았다. 하지만 IPO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어 빠른 시일 내의 상장을 기대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TPG 컨소시엄이 ‘적격 상장(Qualified IPO)’ 요건을 내세워 상장을 강하게 밀어붙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적격 상장 요건은 재무적투자자(FI)가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대비해 상장 기업가치 등 IPO 세부 요건을 미리 정할 수 있는 안전 장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