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로 서울 중저가 아파트를 집중 매수했던 2030세대가 이자 부담 등을 이기지 못하고 처분하는 비율이 늘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이 하락세로 돌아선 가운데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매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영향으로 지난해 30대 이하 매수세가 몰리며 급등했던 노원구의 경우 서울 자치구 가운데 아파트값 낙폭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24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 ‘소유권이전등기(매매) 신청 매도인 현황’에 따르면 서울 집합건물 매도인 중 30대 이하 비중은 올 들어 증가하는 추세다. 전체 매도인 중 30대 이하 매도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1월 14.03%에서 2월 12.72%로 감소했다가 3월 13.31%, 4월 14.66%, 5월 14.19%, 6월 14.28%, 7월 16.04%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2030세대는 지난 정부에서 아파트값이 단기간에 폭등하자 ‘패닉 바잉’에 나서며 서울 부동산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바 있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 ‘소유권이전등기(매매) 신청 매수인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7월 30대 이하 서울 집합건물 매수자 비율은 35.28~38.26%로 올해 같은 기간 30.00~34.91%보다 높았다. 특히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서울 노원구 아파트의 경우 지난해 2030세대 매입 비중은 49.3%에 달해 전체 거래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기도 했다.
올해 들어 30대 이하 집합건물 보유자들의 매도 비중이 늘고 있는 것은 연이은 금리 인상으로 ‘영끌’에 따른 이자 부담이 커진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7월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2.90%로 한 달 전(2.38%)보다 0.52%포인트 상승해 2013년 2월(2.93%) 이후 9년 5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6%를 돌파하기도 했다.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선 점도 2030세대 주택 처분 비중이 증가한 또 다른 원인이다. 30대 이하 주택 매도 비율이 반등하기 시작한 올해 2월은 한국부동산원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가 21개월 만에 처음으로 하락 전환한 시점이다. 해당 지수는 1월 사상 최고점(104.4)을 기록한 뒤 2월 104.3, 3월 104.2, 6월 104.1, 7월 103.9로 낮아지고 있다. 특히 2030세대가 집중적으로 사들였던 노원구의 경우 지난주 아파트 가격이 0.21% 하락하면서 서울에서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지난해에는 ‘영끌’ 영향으로 2030세대의 주택 매입 비중이 늘었지만 올해 들어 집값이 조정기에 접어들고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까지 늘어나자 전체 거래에서 2030 매도 비중이 점차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5~8% 미만의 가계대출 금리를 지불하는 차주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보여 부동산 시장에도 상당한 압박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