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청와대 노거수·'우영우 팽나무' 천연기념물 지정하는 이유 있다

천연기념물분과 거쳐 30일에 지정예고

청와대 노거수 6그루 역사,문화적 가치

희귀 수종,지표수종으로도 가치 높아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되는 청와대 녹지원의 반송 /사진제공=문화재청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되는 청와대 녹지원의 반송 /사진제공=문화재청





청와대의 나이 많은 거목(巨木)과 ‘우영우 팽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다.

문화재청은 24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문화재위원회 제7차 천연기념물분과에서 청와대 경내에 있는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우수한 노거수 6주를 ‘청와대 노거수군’ 명칭으로 오는 30일 국가지정문화재인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등장해 화제가 된 창원시 보호수인 ‘창원 북부리 팽나무’도 같은 날 함께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하기로 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예고되는 청와대 상춘재의 말채나무 /사진제공=문화재청천연기념물로 지정예고되는 청와대 상춘재의 말채나무 /사진제공=문화재청


천연기념물 되는 청와대 노거수


천연기념물로 지정예고 되는 청와대 노거수는 반송 1그루, 회화나무 3그루, 말채나무 1그루와 용버들 1그루다.

지난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청와대가 국민에게 개방된 후 문화재청에는 청와대 경내에 있는 노거수에 대한 조사와 보존 방안 마련을 촉구하는 일반국민과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이 빗발쳤다. 청와대 노거수들에 대한 생육상태, 문헌, 사진자료 등을 수집하고, 천연기념물 지정을 위한 조사가 진행됐다. 경국대전(권6 공전, 재식편)에 “경복궁과 경복궁에서 뻗은 산줄기·산등성이·산기슭에는 경작을 금한다”고 적힌 기록과 함께 ‘도성내외송목금벌사목’(1469년)에 언급된 소나무 벌채금지 내용이 확인됐다. 18세기 말 ‘도성지도’와 1933년에 제작된 ‘경성시가도’ 등 여러 역사적 문헌기록을 통해 약 300년 동안 보호된 경복궁 후원에서 청와대로 이어진 숲의 역사성도 발견됐다.

경무대 총독관저를 지도처럼 그린1938년 경무대관저경내부지배치도를 통해 북악산에서 시작해 청와대를 지나 향원정까지 이어진 물길이 있었으며 ‘청와대 노거수 군’은 바로 이 청와대 물길 인근에 자리잡고 커왔다는 것이 확인됐다. 1910년과 1928년에 촬영된 유리원판사진에는 융문당?융무당과 함께 서있는 청와대 반송군과 주변 숲의 모습까지 담겨 있어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경무대 일원 숲의 규모도 확인할 수 있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예고되는 청와대 버들마당의 용버들 /사진제공=문화재청천연기념물로 지정예고되는 청와대 버들마당의 용버들 /사진제공=문화재청



이번에 지정 예고되는 청와대 노거수들의 위치를 보면, 반송은 청와대 녹지원 안에 있고, 녹지원을 둘러싼 인근 숲에 회화나무 세 그루가, 상춘재 앞에 말채나무가 있으며, 용버들은 여민관 앞쪽인 버들마당에 따로 떨어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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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송’은 경복궁 융문당?융무당 주변에서 자라온 나무다. 나무의 가지와 잎이 달린 최대 폭인 수관폭이 크고 수형이 아름다워 청와대를 대표하는 노거수로 꼽힌다. 한국 근?현대의 역사적 현장을 지켜온 대표적인 자연유산이라고 할 만하다.

회화나무 세 그루는 청와대 녹지원 인근 숲의 경계를 따라 배치돼 있다. 숲에 있는 나무들 중 가장 키가 크다. 경복궁 후원의 본래 식생을 추정할 수 있는 주요 수종이라는 게 문화재청의 설명이다. 창덕궁에 있는 회화나무 군과 비교해도 규모면에서 손색 없고 생육상태도 양호하다.

말채나무는 자생수종으로 지금까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적이 없는 희소한 나무다. 가지가 말의 채찍으로 사용된다. 유희가 저술한 조선 후기의 어학사전인 ‘물명고(物名攷·1824)’에는 말채나무에 대해 “나무껍질은 소나무와 같고 목재는 버들과 같다. 잎은 배나무와 비슷하고 열매는 갈매나무 열매를 닮았다. 쪄서 즙을 내면 붉은색을 얻을 수 있다”고 기록돼 농경과 관련됐음을 추정할 수 있다.

용버들은 고대부터 승천하는 용을 상징해 황실에서 애호하던 수종이다. 북악산에서 시작한 물길(실개천 습지)인근에 사는 생물학적 희소성을 지닌 지표수종이다.

천연기념물로 지정예고 된 청와대 녹지원의 회화나무 /사진제공=문화재청천연기념물로 지정예고 된 청와대 녹지원의 회화나무 /사진제공=문화재청


문화재청은 “이번 노거수들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다면 청와대 권역은 역사성이 함축된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면서 “녹지원 일원이 향후 역사와 미래가 공존하는 문화예술복합 공간으로 조성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우영우 팽나무’도 천연기념물로


‘창원 북부리 팽나무’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소덕동 팽나무’로 유명세를 탔다. 문화재청은 범국민적 관심을 반영해 지난달 29일 식물과 전통조경 분야의 천연기념물분과 문화재위원 3명과 함께 지정조사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천연기념물 노거수로 지정된 팽나무는 예천 금남리 황목근(팽나무)과 고창 수동리 팽나무 단 2건 뿐이다.

'우영우 팽나무'로 유명세를 탄 창원 북부리 팽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예고 된다. /사진제공=문화재청'우영우 팽나무'로 유명세를 탄 창원 북부리 팽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예고 된다. /사진제공=문화재청


창원 북부리 팽나무는 수령 약 500년, 나무높이 16m, 가슴둘레 6.8m, 수관폭 27m다. 기존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는 예천 금남리와 고창 수동리의 팽나무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규모다. 이 나무는 1934년 홍수해 때 마을주민과 팽나무가 함께 나오는 한 일간지 보도를 통해 전국적으로 존재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마을 주민들이 매년 음력 10월 초하루에 당산제를 올리는 등 마을전통이 전승돼 생활·민속적 가치도 지닌다.

문화재청 측 관계자는 “창원 북부리 팽나무의 천연기념물 지정 예고는 팽나무라는 자연유산에 마을 당산제라는 무형유산까지 복합적으로 결합한 가치를 높이 인정받으면서 역사적, 학술적, 경관적 가치를 종합적으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의가 있다”면서 “드라마 방영 이후 관람객 증가에 따른 주민 불편 사항 해결과 팽나무 훼손 방지를 위한 임시포장시설을 활용한 동선 개선, 보호울타리 설치, 임시화장실 설치 등 제반사항을 창원시와 함께 지원해 팽나무 보존 및 주변 경관 개선을 위해서도 다각도로 노력했다”고 말했다.


조상인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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