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화학자 안데르스 구스타브 에케베리는 1802년 핀란드와 스웨덴 광물 탄탈라이트에서 은회색의 독특한 금속 물질을 발견했다. 강한 열에 잘 견디고 산(酸)에 잘 침식되지 않지만 자성이 강하고 무게가 가벼운 물질이었다. 하지만 한 해 전 발견된 나이오븀과 특성이 비슷해 동일 원소가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44년 후인 1846년 독일의 하인리히 로제가 나이오븀과 이 원소를 분리하고 나서야 서로 다르다는 게 증명됐다. 이 원소가 오늘날 전자·의료 부품의 재료로 널리 쓰이는 희귀 금속 ‘탄탈럼’이다.
탄탈럼은 무르지만 녹는 점이 3017도로 높으며 합금을 만들면 아주 단단해지고 독성도 없다. 그래서 전기·전자회로의 콘덴서 등 전자 제품의 핵심 원소로 자리 잡았다. 인공 치아 나사, 인공 뼈와 같은 의료기기 분야에서도 널리 쓰인다. 원소기호는 Ta, 원자번호는 73번이다. 원소 이름은 그리스신화에서 신들의 음식인 암브로시아를 훔쳐 인간에게 준 죄로 지옥에서 영원히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는 벌을 받는 탄탈로스 신으로부터 유래했다. 내산성이 강한 특성과 화학자들이 이 원소를 분리해내기까지 겪은 힘든 과정이 그와 닮아 지어졌다는 얘기가 있다. 2000년대 들어 휴대폰 보급으로 수요가 급증하자 1년 새 탄탈럼 값이 10배가량 뛰기도 했다.
미국 국방부가 북한·중국·러시아·이란 4개국으로부터 생산된 탄탈럼과 이를 포함한 합금의 수입 금지 방침을 최종 확정했다는 소식이다. 미 국방부는 이 금속은 군사적·비군사적인 제품 생산을 위한 공급망의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국가 안보 차원에서 4개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냉전과 블록화가 진행되면서 미국 주도의 공급망 재편이 빠른 속도로 추진되고 있다. 중국은 한국의 전체 수출입 중 24%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최대 교역국이었다. 하지만 올해 5월부터 중국과의 무역에서 적자를 기록해 대중 흑자 시대도 막을 내리고 있다. 중국에 대한 무역·투자 의존도를 과감히 줄이면서도 반도체·배터리 등 전략 산업의 공급망 재편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국익을 지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