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몸값 치솟는 SW 마이스터고…일반고는 서울서 첫 통폐합

개발자 구인난…'현장인재' 인기

도봉고는 학생 감소에 문 닫아

학생들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서 2학기 개학을 맞아 등교하고 있다. 연합뉴스학생들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서 2학기 개학을 맞아 등교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보기술(IT) 개발자의 구인난이 지속되면서 전국 소프트웨어(SW)마이스터고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풍부한 실습 경험을 가진 젊은 ‘현장형 SW인재’들은 고교 재학 중 기업들의 입도선매 대상이 될 정도다. 특히 병역 혜택 등이 주어지는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들의 SW마이스터고생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반면 일반고는 ‘문과 기피’ 현상이 심화하는 가운데 학령인구 감소의 여파까지 겹쳐 서울에서 처음으로 통폐합되며 문을 닫았다.



25일 산업계·교육계에 따르면 개발자 구인난으로 SW마이스터고 출신 고교생 개발자를 찾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SW마이스터고는 전국에 4곳(대덕·대구·광주·부산)이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교육부가 SW 분야의 핵심 인재를 조기 양성하기 위해 2015년 대덕SW마이스터고를 시작으로 개교를 지원해왔다. 이들 학교에서는 진학이 아닌 취업을 목표로 학생들을 가르친다. SW마이스터고 관계자는 “개발자는 프로젝트 경험이 중요한데 컴퓨터공학과 4년을 거친 대학생들은 이론 중심으로 학점을 채우거나 팀플을 하는 경우 팀장이 혼자 이끄는 경우가 많다"며 “마이스터고는 학생들이 기숙사 생활을 하며 끊임없이 프로젝트를 경험하고 교사들이 뒤처지지 않도록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SW高 졸업생 80명인데 120곳서 러브콜
일반고는 신입생 급감에 통폐합 가속

매년 취업률 80~97% 달해 인기



적응력 빨라 기업 반응도 긍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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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개교한 부산SW마이스터고를 제외하고 SW마이스터고들은 매년 80~97%의 취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대덕SW마이스터고에는 올해만 벌써 120개가 넘는 기업에서 200여 명의 구인 의뢰가 들어왔지만 한 학년이 80여 명이라 요청을 다 들어주지 못할 정도다. 이동욱 대덕SW마이스터고 산학협력부 담당 교사는 “내년 초 졸업하는 3학년의 75%는 이미 3개월 채용형 현장실습을 하고 있다”며 “그동안 현장에 나간 90%가 정규직으로 전환된 만큼 이번에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덕SW마이스터고는 지난해 97.4%의 취업률을 달성하는 등 해마다 90% 이상의 취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SW마이스터고 출신을 고용한 산업계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특히 네이버·카카오 등 대형 IT 업체들이 대졸 경력 개발자들을 흡수하는 상황에서 스타트업들은 3년간 산학 맞춤형으로 교육받은 인재를 바로 채용할 수 있다.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스캐터랩도 올해 SW마이스터고 출신의 20세 개발자를 3명 고용했다. 스캐터랩 관계자는 “SW마이스터고 졸업생들은 실습 경험이 많다 보니 회사에 금방 적응하고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산업계의 수요에 맞춰 지난해 부산SW마이스터고가 문을 열었고 이달 22일 정부는 디지털 인재 100만 양성 방안에서 IT·SW 분야 마이스터고를 시도별로 한두 개씩 더 지정하겠다고 발표했다. 한 SW마이스터고 관계자는 “정부의 개발자 부족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는 긍정적”이라면서도 “취업을 중시하는 마이스터고에서는 실무 경험이 있는 산학 협력 교사가 필요하지만 확충 방안은 아직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기술계 고교인 마이스터고가 주목되는 가운데 대입 진학 중심인 일반고는 학령인구 감소로 갈수록 위축되는 모습이다. 서울 지역 일반고로는 처음으로 문을 닫게 된 도봉고가 한 예다. 지난해 학부모의 반대로 통폐합이 무산됐으나 올해 신입생·학부모들이 학습권 피해를 호소하자 결국 모든 신입생을 인근 학교로 재배치하고 내년부터 신입생을 더 이상 받지 않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도봉고에는 45명이 입학했다. 이마저도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강제 배정된 인원이다. 도봉고 신입생은 2006년만 해도 249명이었지만 2011명 198명, 2016년 123명으로 점차 줄더니 지난해에는 67명으로 뚝 떨어졌다.

이처럼 신입생 숫자가 급감하자 올해 도봉고 신입생과 학부모들은 내신에서 상대평가 부담이 커지는 등 교육 환경 악화가 우려된다며 재배치를 요구했다. 서울시교육청은 6월 다른 학교군으로 전학한 12명을 제외한 33명의 학부모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 결과 33명 중 32명이 재배치에 동의해 지난달 같은 학교군 내 인근 학교로 재배치를 완료했다. 또 설문 대상 학부모 전원이 학교 통폐합에 찬성해 내년부터 신입생도 더 이상 뽑지 않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행정예고를 실시했다. 이에 따라 도봉고는 2024년 인근 학교로 통폐합된다. 지난해에는 누원고와의 통합이 추진됐으나 통합 대상 학교는 2024년에 결정될 예정이다.

학령인구가 점차 줄면서 서울 내 학교 통폐합 사례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저출산의 영향으로 서울 학생 수는 2019년 87만 명에서 2035년에 52만 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 수 감소로 인한 학습 결손 문제도 중요하다”며 “학교 구성원들과 소통해 적정규모화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도림 기자·신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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