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불확실' 23번 외친 이창용 "연말 금리 3.0% 합리적"

■한은 기준금리 4회 연속 인상

"3개월 뒤 상황 언급 오히려 혼선"

李 총재 '시장 불확실' 23번 반복

빅스텝 대신 0.25%P씩 올릴 듯

대외 변수에 전망 빗나갈까 우려

추후 정책방향 명확한 답변 피해

국고채 금리도 일제히 큰폭 뛰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불확실성이 워낙 커 3개월 이후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은 오히려 혼선이 있을 수 있습니다.”



시장과의 소통에 거침이 없었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입에서 ‘불확실성(uncertainty)’이라는 단어가 50분 동안 23번이나 나왔다. 이 총재는 연말 기준금리 2.75~3.0% 전망이 합리적이라며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하면서도 내년 이후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명쾌하게 답변하지 않았다.

이 총재의 포워드 가이던스(사전적 정책 방향 제시) 사정거리가 3개월로 짧아진 것은 대외 여건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는 당분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나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과 성장 둔화 정도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대외 변수가 어떻게 전개될지 현시점에서 알 수 없는 만큼 이 총재는 올해 말까지 금리를 25bp(1bp=0.01%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올리며 상황을 지켜본다는 방침이다.





25일 이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2.25%에서 2.50%로 0.25%포인트 인상한 직후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연말 기준금리를 2.75~3.0%로 보는 시장 전망은 여전히 합리적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간담회에서 전망한 수준과 같다. 올해 금통위가 10월과 11월 두 차례 남은 만큼 최소 한 번 또는 두 번 모두 금리를 올리겠다는 의미다. 다만 빅스텝(0.50%포인트 금리 인상)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25bp씩 금리를 올리는 것은 지난 1년 동안 기준금리가 2%포인트 상승해 그 영향을 지켜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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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이 네 번 연속 금리 인상에 나선 것은 5~6%대의 높은 물가 상승률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월 6.0%에서 7월 6.3%로 오른 상태다. 이날 발표된 생산자물가지수는 120.47(2015년=100)로 전월 대비 0.3% 뛰면서 7개월 연속 올랐는데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1340원대로 오른 원·달러 환율도 수입 물가를 통해 소비자물가를 자극하는 요인이다.

한은은 최근 국제 유가의 하락으로 8월 물가 상승률이 7월(6.3%) 수준보다 낮아지면서 당초 9~10월로 예상됐던 물가 정점이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물가 정점이 지나도 5%대 고물가가 계속될 가능성이 큰 만큼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총재는 “정점과 관계없이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물가 중심의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물가·성장 흐름이 한은의 전망 경로를 벗어나는 경우다. 이날 한은은 경제성장률이 올해 2.6%에서 내년 2.1%로 떨어지면서 성장세가 점차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5.2%에서 내년 3.7%로 낮아지겠지만 고물가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이 총재가 우려하는 지점은 이러한 전망이 맞는지를 올해 말에나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되고 선진국이나 중국 경기가 크게 꺾이면서 성장률과 물가가 함께 하락하면 금리 인상 속도를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중국 전당 대회, 주요 20개국(G20) 등의 일정을 지켜본 뒤 금통위원들과 다시 논의해야 내년 정책을 결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도 수출 둔화와 예상보다 강한 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최근 소비가 생각보다 강해 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올해 하반기부터 해외 여행 수요가 늘면서 서비스 수지 적자 규모가 점차 커져 경상수지 흑자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관측된다. 한은은 올해 연간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를 370억 달러, 내년을 340억 달러로 봤다. 김웅 한은 조사국장은 “소득 여건이 개선되면서 소비가 예상보다 좋다”고 설명했다.

이날 금통위를 통해 통화정책 경로의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국고채 금리는 일제히 폭등했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일보다 22bp 뛴 연 3.531%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 6월 30일(연 3.550%) 이후 약 두 달 만의 최고치다. 이날 국고채 5년물·10년물 역시 전일 대비 각각 20.8bp, 16bp 급등한 연 3.598%, 3.593%에 마감하며 6월 말 이후 처음으로 3.5% 선을 넘어섰다.


조지원 기자·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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