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IB&Deal

5년 만에 순상환…대기업, 회사채서 발뺀다[시그널]

◆올 발행 10조 급감·3조 순상환

자금조달 부담 커지고 투자자는 외면

고금리에 '현금 총동원' 상환 잰걸음

삼성, 올해 미집행 프로젝트 재점검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4회 연속 기준금리를 올리고 추가 금리 인상마저 예고되자 대기업들이 회사채 시장에서 철수하고 있다. 고금리를 제시해도 회사채 발행이 어렵고 발행에 실패할 경우 신용도에 미칠 타격도 적잖아 대기업들은 현금을 총동원해 만기 회사채를 상환하느라 동분서주하는 모습이다.



26일 금융감독원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3조 원 넘게 회사채를 순상환했다. 통상 만기가 된 회사채는 차환 발행 등으로 원금과 이자를 갚는데 이럴 경우 금리를 훨씬 높게 책정해 회사채를 발행해야 하고 이마저도 발행이 어려워 기업들은 현금을 확보해 사채를 갚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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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7월 회사채 순발행이 13조 7610억 원에 달한 점을 감안하면 기업들이 대거 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7월까지 회사채 발행은 259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5.1% 줄었고 규모도 25조 805억 원으로 10조 원 넘게 감소했다. 중소기업의 회사채 발행은 3건에 불과해 대기업이 거의 전부를 차지한다.

대기업들이 금리 급등에 따른 회사채 시장 악화에 무릎을 꿇으면서 회사채 발행은 2017년 이후 5년 만에 순발행에서 순상환으로 전환될 것이 확실시된다. 기업들은 2017년 회사채 시장에서 1조 1371억 원을 순상환한 뒤 2018년 6조 4269억 원, 2019년 16조 원, 지난해 13조 3700억 원 등 순발행 행진을 벌이며 자금을 조달해왔다.

기업들은 시중은행 대출금리보다 회사채 금리가 훨씬 높아진 데다 회사채 투자자들이 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지갑을 닫는 바람에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를 갚기 위해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달 들어서도 에쓰오일(500억 원)과 여천NCC(1000억 원), SK하이닉스(000660)(1400억 원)가 보유 현금으로 만기 회사채를 상환했으며 29일 만기를 맞는 만도(204320)(900억 원)와 다음 달 중순 900억 원의 회사채를 갚아야 하는 한화(000880)도 현금으로 상환할 계획이다. 대형 증권사의 한 회사채 담당 임원은 “한은의 금리 인상이 계속돼 장기 투자자조차 확보하기 어렵다”며 “거의 대부분의 기업이 올해 회사채 발행 계획을 접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갈수록 금리가 오르는 가운데 글로벌 복합 위기가 거세지자 125조 원의 현금을 보유한 삼성전자(005930)도 올해 미집행 사업을 재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이나 프로젝트를 다시 검토한 뒤 미래 성장 분야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민경 기자·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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